그동안 초등학교 돌봄과정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대기 수요가 워낙 많은 수도권에서는 ‘돌봄 로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오죽할까 싶다. 실제로 초등학생 267만명 가운데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비율은 12.5%에 불과하다. 보육 문제가 직장여성의 경력단절을 부르는 최대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공적 돌봄 확대는 여성인력 활용은 물론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다. 사교육비 감축에도 보탬이 됨은 물론이다.
하지만 선결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돌봄전담사 확충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해마다 1,000여명을 증원해야 하지만 무기계약직인 이들의 처우가 워낙 열악해 수급계획을 제때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돌봄교실 확대는 금물이다. 자칫 보육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상당수 돌봄교실은 변변한 학습·놀이 프로그램도 없이 자습으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돌봄 서비스의 질은 결국 예산 문제지만 무작정 재정을 쏟아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정된 재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면 교육·보건복지·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협업의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돌봄 확대는 국가의 당연한 의무지만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그러자면 5년 내 20만명 확대라는 숫자 맞추기 유혹부터 떨쳐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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