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사용자단체인 경총이 진통 끝에 외부인사를 신임 부회장으로 결정하며 사상 초유의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벗어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송 신임 부회장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산업인력공단 등을 거치며 폭넓은 이론과 현장 경험을 쌓은 고용 분야의 전문가다. 그가 이런 경륜을 바탕으로 산업계와 노동계, 그리고 정부와의 가교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그가 관료 출신 인사로 제 목소리를 내기보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노동부 출신 관료가 경영자 이익단체의 부회장을 맡는 것도 이례적이거니와 기업들이 잔뜩 움츠린 상황에서 자칫 친노동 기조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경총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식물단체로 전락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회장 선출이나 상임부회장 선임을 놓고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은 단적인 예다. 이럴 때일수록 경총의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노사 현안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총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잔뜩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노동계에 맞서자면 회원사들의 이야기를 정확히 듣고 이를 대변하는 데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만약 경총마저 피해의식에 젖어 눈치를 본다면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심각한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
노사관계는 올해 우리 경제의 사활을 좌우할 핵심문제다. 최저임금부터 근로시간 단축, 구조조정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경총은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하기보다 현장에서 지적하는 경영계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책 방향과 현실의 간격을 좁혀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정부도 경제단체를 적폐 대상으로 몰지 말고 국정 동반자로 삼아야만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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