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분산저장거래시스템) 등 신기술 사업을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한다. 모기업 네이버는 AI를 검색·추천 기능과 융화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일본 자회사 라인은 월 실사용자(MAU)가 1억6,80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9일 네이버에 따르면 라인은 최근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를 연구하는 사내 조직인 ‘라인 블록체인 랩(LAB)’을 설립했다. 이 조직은 외부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연내 30명까지 확장할 예정으로 다른 계열사와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앞서 라인의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는 블록체인 기술 전문 자회사 ‘언블락’을 세우고 이희우 AD 4th 공동창업자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대규모 공개채용도 진행 중이다. 라인의 자회사로 지난 1월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한 것도 블록체인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라인 파이낸셜은 이미 일본 금융청에 ‘가상(암호)화폐 교환업자’ 신청을 마치고 연내 서비스에 돌입할 계획이다.
일본은 업계와 학계가 함께 마련해 제출한 가상화폐공개(ICO)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검토에 나서는 등 블록체인 기술에 비교적 긍정적인 분위기다. 특히 금융 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가 모바일 플랫폼(기반 서비스)의 영향력과 품질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라인이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일본은 유리한 토양이 갖춰진 셈이다. 라인 관계자는 “간편 결제 서비스인 라인페이는 지난해 전 세계 연간 결제액이 4조500억엔(약 40조4,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큰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라인 파이낸셜 등 자회사와 특별 조직을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검색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모기업 네이버는 또 다른 자회사 네이버랩스와 함께 AI 기술 개발에 전념한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달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올해 더 많은 AI 기술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2,000억원 가량을 AI 분야에 투자했는데 올해는 그 이상의 자금 투입이 이뤄질 것이라는 뜻이다. 홍콩과학기술대학과 함께 오는 12일 여는 AI 연구소(NAVER(035420)-HKUST AI LAB)가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이 연구소는 앞으로 중화권 AI 인재를 받아들이는 양성소 역할을 한다.
아울러 네이버의 주력 사업인 검색 분야에 AI 기술이 완전히 녹아들게 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실제 네이버는 내부 검색 사업과 AI 기술 조직도 통합한 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한 대표는 “올해 하반기에는 같은 검색을 해도 개인마다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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