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의 조사 결과는 일자리와 진입장벽 간 상관관계가 얼마나 밀접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화장품의 경우 2000년 신고제로 바뀐 후 1만명에 불과했던 일자리가 6년 만에 2만3,000명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저비용항공사도 2009년 면허 문턱이 낮아지면서 1만3,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됐다. 정부가 진입장벽을 미리 낮춘 덕택에 시장수요 변화에 발맞춰 탄력적인 고용 확대가 가능했던 셈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곳곳에 널려 있는 진입장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1,145개 업종의 절반 이상인 593개 업종에 면허제나 허가제 같은 진입규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신규 기업의 진출을 가로막고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는 기득권 세력이 한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혁신경제를 내걸고 과감한 규제혁파를 부르짖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인공지능(AI)과 의료산업·빅데이터 등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은 신산업일수록 제대로 규제를 완화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9일 열린 중소기업인 현장 간담회에서도 “기업을 그물망처럼 조이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혁신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호소가 쏟아졌다. 일본만 해도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완전고용 수준을 넘어 이제 고용의 질을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규제 완화야말로 국가 재정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최선의 일자리 정책이다. 이런 쉬운 길을 두고 왜 어렵고 먼 길을 돌아가려고 하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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