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는 지난해 부천시 상동에 건립하려던 백화점 사업을 포기했다. 부천시와 주민, 그리고 상동 지역 상인까지 찬성했지만 인접한 부평구와 그곳 상인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백화점 건립을 원하는 목소리는 골목상권 보호 주장에 묻혀버렸다. 백화점이 건립됐을 경우 예상되는 직간접 고용 창출은 어림잡아 5,000여명. 일자리가 그만큼 날아간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롯데복합쇼핑몰 건립 프로젝트는 벌써 5년째 공터로 남아 있다. 상암쇼핑몰 입점 시 상시 근무인원만 5,000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유통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유통 ‘빅3’ 직원 수가 5만명대로 추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연이은 규제로 신규 출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직원을 늘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유통 빅3의 백화점과 대형마트 출점 계획은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사실 유통은 고용 창출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은 1개 점포당 평균 5,000여개, 대형마트도 400~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지난 2016년 문을 연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은 1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1~2016년 국내 상위 30대 그룹 중 종업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업체 5곳 중 3곳이 유통사다. 이마트(139480)가 1만5,307명 늘어나며 1위를 차지했다. 유통의 성장은 다른 업종에 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유통업의 일자리 창출을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당정이 지금보다 더 강한 유통규제를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 초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신세계 스타필드나 롯데월드몰 등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한다’고 명시했고 추가 출점은 더욱 힘들게 했다. 한마디로 새로운 유통규제 법안의 핵심은 신규 출점을 사실상 막고 의무휴업 대상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이 같은 새로운 유통규제가 시행될 경우 3만5,000여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유통규제로 사라질 3만여개의 일자리는 올해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늘리고자 하는 공공 부문 일자리 수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통 업체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체의 매출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유통 업계 고위관계자는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명분만으로 유통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점포를 못 내게 하고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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