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씨 항소심 재판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위해 부정 청탁한 게 맞다”는 주장을 펼쳤다. 앞서 1심에서 단순뇌물죄로 인정한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뿐 아니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도 모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특검은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2심 첫 공판에서 이 같이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특검 측은 “승마지원과 영재센터·재단 지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단독 면담 이후 연속적으로 이뤄졌는데, 1심에서 왜 승마지원만 뇌물로 판단했는지 의문”이라며 “2015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와병 이후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는 너무나 중요안 현안이었고 당시 이를 주시하던 야당과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대통령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이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배력 확보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했다는 내용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1심 판결문 범죄사실에 명시됐고 이는 2심에서도 그대로 수용했다”며 “이 부회장은 양사간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금융기관 평가 등을 고려하면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최씨 1심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과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잘못됐다는 근거로 각종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특히 진경준 전 검사장이 한진(002320)그룹 내사를 종결한 뒤 처남 업체에 대한항공(003490) 용역계약을 몰아준 사건에 대한 판례가 최씨 재판 쟁점과 닮았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1심에서 이 부회장이 합병 결정 후 대통령을 만났다는 이유로 현안이 종결됐다고 봤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진 전 검사장의 경우 향후 한진 내사사건과 같은 사안이 또 있을 때를 대비해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대법원이 인정했는데,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간 청탁 구조도 이와 같고 심지어 이 부회장은 승계 작업을 위한 지주사 전환, 신규 출자전환 고리 해소와 같은 현안이 더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검 측은 이어 “단독 면담 말씀자료의 경우 대통령과 재계 1위가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실무자가 이 부회장의 요구사항, 그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 등을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했다는 점에서 증거가치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나란히 재판에 참석했다. 특히 최씨는 상당히 건강한 모습으로 나와 자신의 집주소를 잘 기억하지 못해 버벅이다 웃는 등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재판정에 나온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재판부를 향해 “이미 (결론을) 다 정해놓았다”며 욕설을 뱉거나 최씨에게 “힘내세요”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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