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링크드인을 만들고 싶다.”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의 창업자 최재호(사진) 대표는 공개 석상에서 늘 자신의 꿈을 말했다. 최 대표 스스로가 링크드인 서비스를 경험해본 뒤 리멤버를 기획해 선보였기 때문이다. 링크드인은 회원 수 5억5,000만명을 확보한 세계 최대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출시 초기에는 명함을 입력해주는 기능에 그쳤던 리멤버를 링크드인에 견주는 것이 ‘무리’라는 뒷말도 나왔다. 그래도 최 대표는 꿋꿋하게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회원 200만명과 명함 1억장의 데이터를 확보해 리벰버를 국내 1위 서비스로 키워냈다. 그리고 공언대로 해외로 나간다. 첫 행선지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있는 일본이다.
1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드라마앤컴퍼니는 최근 일본 현지 법인 ‘드라마앤컴퍼니 재팬’을 설립하고 지분 100%를 20억원에 취득했다. 드라마앤컴퍼니 관계자는 “일본 서비스를 출시한 뒤 관리를 할 주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네이버와 일본 라인의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드라마앤컴퍼니의 지분 74.3%를 약 380억원에 인수했다. 네이버와 라인플러스는 드라마앤컴퍼니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고 계열회사로도 편입했지만 최 대표에게 계속 경영을 맡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리멤버를 창업해 국내 최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만든 최 대표의 기획력과 상상력을 믿은 것이다.
드라마앤컴퍼니는 네이버와 라인플러스에서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 직후부터 일본 사업을 함께 준비할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최대 항공사인 ANA항공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현지 전문가도 합류했다. 일본에서는 일본어 명함을 입력할 타이피스트도 뽑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나올 리멤버의 현지 서비스는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과 연계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월 실사용자 수(MAU)가 7,300만명에 달하는 라인 플랫폼에 얹어 리멤버 서비스를 내놓을 때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명함을 라인 친구들에게 공유하거나, 반대로 명함으로 등록한 사람과 사업적으로 소통이 필요할 때 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국내 IT업계에서는 리멤버가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해도 일본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도 ‘산산’이나 ‘에이트(Eight)’ 등 비슷한 앱이 있지만 리멤버처럼 스마트폰 카메라로 명함을 촬영한 뒤 빠른 속도로 입력해주지는 못한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기업 전용 ‘팀 명함첩’ 서비스를 통해 수익 모델을 처음으로 만든 리멤버는 일본 서비스 공개를 계기로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미 리멤버에서는 ‘인맥라운지’ 기능을 통해 명함으로 연결된 사이에서만 글을 띄울 수 있다. 인맥라운지에서 누군가 ‘블록체인 기술 개발자’를 구한다고 글을 올리면 다른 사용자가 자신이 받아둔 관련 업계 종사자 명함을 띄우는 방식이다. 물론 서로 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 인력을 기업이나 기관에 소개해주는 중개자인 ‘헤드헌터’가 없이도 플랫폼에서 채용과 이직을 해결하는 셈이다.
드라마앤컴퍼니는 중·장기적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시장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해외의 다른 명함 관리 앱보다 리멤버의 서비스 품질이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는 “리멤버를 ‘비즈니스 플랫폼’을 넘어선 ‘비즈니스 포털’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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