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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이냐 마케팅이냐...닐로 역주행 논란

12일부터 무명가수 닐로 '지나오다'

위너·트와이스·고등래퍼 누르고

멜론 등 실시간 차트 1위 등극

새벽 폭발적 스트리밍 역주행에

음원차트 조작·시장 왜곡 논란

닐로 측 "바이럴 마케팅" 반박

닐로/사진제공=리미즈엔터테인먼트




16일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사이트 ‘멜론’ 음원차트 1위는 트와이스도 위너도 아니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Mnet의 ‘고등래퍼’ 음원도 아니다. 그 주인공은 12일 새벽부터 정상을 지키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닐로’다.

닐로는 지난해 10월 발매한 곡 ‘지나오다’로 멜론 등 다수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다. 새로운 역주행 스타의 탄생이다.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성공적인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SNS 등을 통한 입소문으로 서비스를 홍보하는 행위)이라 자평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음원차트를 조작해 시장을 왜곡했다고 비난한다.

닐로가 강조하는 바이럴마케팅은 무엇일까. 최근 페이스북의 이용자수가 100만명이 넘는 음악 페이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닐로의 음원과 사진을 올리며 ‘또 다른 역주행의 신화’, ‘나만 알고 싶은 곡’ 등의 문구로 소개했다. 이 유명 음악 페이지 중 몇개는 닐로의 소속사 대표가 만든 것이다. 이러한 마케팅방식은 엔터업계 뿐 아니라 맛집 홍보 등에서 공공연하게 이용되는 방식이다. 불법도 편법도 아니라는 것이다. 소속사 리메즈 역시 “모바일로 많은 음악을 접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SNS를 대중과 뮤지션의 소통 창구로 사용했고 이를 위해 영상콘텐츠를 직접 기획·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어떤 불법적인 일도 저지르지 않았고, SNS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광고 툴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닐로의 역주행은 부자연스럽다. ‘지나오다’는 이용자가 저조한 새벽 시간대에 폭발적인 스트리밍 건수로 1위를 차지했다. 원래 새벽시간 대는 아이돌 팬덤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을 하는 시간이다. 일반 이용자는 이 시간대 자고 있고, 팬들이 소위 ‘화력’을 모아 스트리밍을 하면 쉽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1위로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역주행’으로 1위에 오른 윤종신의 ‘좋니’도 새벽시간 대에는 인기 아이돌에게 밀려났다. 닐로의 ‘지나오다’에 작전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음원차트 선정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소수의 입김으로도 요동칠 수 있는 ‘실시간 차트’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실시간 차트’로 인해 소비자 대신 공급자가 차트를 결정하는 주객전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음원차트의 공정성과 객관성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며 “지붕뚫기와 같은 관행들도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불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마케팅으로 1위를 차지하는 사례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힘이 빠지는 일”이라며 “그동안 음악 그 자체로 이뤄냈다 믿었던 역주행들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음원차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시장논리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음원차트 뿐 아니라, 정치 뉴스에서 볼 수 있는 댓글조작 등 차트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이뤄지는 안타까운 관습”이라며 평했다. 이 교수는 “판매량, 조회수, 추천수 등 ‘양적 요소’가 성공을 판가름하는 시장논리 아래에서 질적인 평가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나라를 뒤흔드는 댓글공작 사건 역시 이런 ‘양적 요소’를 통제할 수 있으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안으로 구글의 검색어 시스템을 제시했다. 단순한 검색어 위주의 차트 대신 체류시간, 연관검색어, 구글 트렌드 등 질적인 평가를 가미한 차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개인정보만 알면 ‘매크로’를 돌리는 등 인기 검색어 조작이 가능하다”며 “이용자가 실제로 콘텐츠를 이용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툴 개발이 선행돼야 정보에 대한 신뢰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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