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R&D 지원사업을 일자리와 연계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선뜻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연구원 한 명도 구하기 어려운 터에 인건비 비중을 강제로 높여야 하는 것이어서 이래저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연구인력을 새로 채용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렇다고 애써 진행해온 개발과제를 포기할 수도 없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이러다가는 R&D사업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취로·복지사업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판이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인력난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부설연구소를 보유한 중소기업의 59.3%가 ‘R&D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고 ‘충분하다’는 응답은 5.5%에 머물렀다. 이런데도 신규 채용을 늘리라고 강요한다면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수시로 바뀌는 정부의 R&D 방침이 중소기업의 R&D사업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도 문제다. 그나마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줬던 병역대체복무제마저 결국 폐지된다면 앞으로 획일적인 정부 가이드라인을 맞추느라 어떤 편법과 반칙이 동원될지 알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R&D 지원이 백년대계를 준비하기는커녕 시류에 휩쓸려 오락가락하는 행태는 후유증을 낳게 마련이다. R&D만큼은 보다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R&D 정책이 일자리를 만드는 보조수단으로 전락한다면 신성장산업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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