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의 중심이 복제약 판매 위주에서 신약 개발로 옮겨가며 제약기업들 간에 새로운 ‘캐시카우’(고정 수익창출원)을 찾으려는 신사업 진출이 잦아지고 있다. 본업인 의약품 개발·생산·판매에 대한 노하우를 살려 의약품과 화장품의 장점을 결합한 기능성 화장품(코스메슈티컬)이나 식품·의약품의 교집합인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의 진출이 두드러지지만 부동산·산후조리원 등 색다른 수익형 사업도 눈에 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바이오벤처 프로셀테라퓨틱스가 개발한 피부투과 기술을 도입해 피부미용 시장 공략에 나선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자체적으로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지는 않고 화장품 업계와 손을 잡고 기능성 화장품 개발에 기술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 ‘인보사’ 등 유전자치료제 개발이 핵심이고 그밖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선박 도료 산업과 수질정수처리 약품 개발 등을 영위해왔다”며 “R&D 투자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신사업 진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 역시 신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의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데, 기존 외부 생산해 판매만 맡던 모습에서 벗어나 제품의 개발·제조·판매까지 직접 책임지는 방식으로 사업의 틀을 완전히 탈바꿈했다. 조직 구성부터 전체적으로 손봐 지난해 5월 화장품 사업법인인 유한필리아를 출범하고 올 초 건기식을 전담하는 푸드앤헬스 사업부도 만들었다. 유한필리아는 지난해 12월 첫 제품인 유아용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리틀마마’를 론칭했고 푸드앤헬스 사업부는 지난 3월 프리미엄 건강식 브랜드 ‘뉴오리진’의 일부 제품군을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독점 공개했다.
한독과 JW중외제약도 각각 자체 보유하고 있는 기능성 원료와 신약 기술을 활용, 건강식품·화장품 사업에서 새 이정표를 세울 계획이다. 한독의 경우 2016년 인수한 일본 테라밸류즈의 기능성 원료 ‘테라큐민’을 통해 치매 등 경도인지장애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을 올 하반기께 출시한다. JW중외제약은 항암제 등 개발에 활용하고 있는 자사의 혁신 신약 기술 ‘윈트(Wint)’의 원리를 활용해 탈모를 방지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 중이다. 혁신적인 탈모치료제에 앞서 우선 상용화가 가능한 화장품을 먼저 선보이는 셈이다. 이밖에도 GC(녹십자홀딩스)는 본사가 위치한 용인 기흥역세권 부근에서 포스코 등 건설사와 손잡고 아파트를 분양하는 등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며 한미약품은 관계사 등을 통해 중국 북경과 이탈리아 로마 등에서 한국식 산후조리원의 문을 연 바 있다.
국내 제약업계의 신사업 진출은 무엇보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경영자의 의지만으로 R&D 비용을 대폭 늘리는 일 등은 어렵다”며 “최근 불붙은 신약 개발이 실제 출시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제약사들의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다양한 도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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