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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론조작 노출된 포털 '댓글장사' 이대론 안된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포털 운영 시스템에서는 뉴스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사건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업자들은 댓글 개수 제한 같은 제도를 운용하기는 하지만 이번 드루킹 사건처럼 진화한 조작 수법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드루킹 일당은 여러 아이디로 IP주소를 바꿔가며 로그인한 뒤 특정 댓글의 공감 버튼을 누르는 방식의 매크로(반복명령 실행 프로그램)를 사용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누구나 돈만 주면 포털 아이디를 대량 수집할 수 있다. 여기에다 매크로까지 가동하면 댓글 작성과 공감 수 제한 같은 장치는 물론 의심 로그인 차단 장치인 ‘캡차’조차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포털이 이처럼 여론조작의 놀이터가 된 데는 포털 사업자의 ‘손님끌기식’ 댓글 운용 방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포털 사업자는 온라인 방문자가 자사 포털 사이트에 오래 머물러 클릭 수를 높일수록 돈을 벌게 된다. 댓글 수와 공감 수 등을 노출시킨 것도 이런 장삿속의 일환이다. 현재 네이버는 ‘순공감순’으로, 다음은 ‘추천순’으로 댓글을 보여주고 있다. 포털 사업자가 의도했든 아니든 포털의 뉴스 유통 방식은 여론조작의 마당을 깔아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댓글 작성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난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포털의 뉴스 유통 방식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그러자면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를 포털 내에서 이용자들이 읽을 수 있는 현행 ‘인링크’ 유통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단순히 댓글 배열 순서만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구글은 기사를 클릭하면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을 채용해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MSN은 아예 댓글을 달지 못하게 하고 있다. 때마침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매크로 등을 이용한 신종 여론조작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이 필요하겠지만 포털의 뉴스 유통 시스템부터 일대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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