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선을 보인 ‘아트부산(ART BUSAN)’이 7회째인 올해 행사를 19~22일까지 벡스코에서 성황리에 열려 국내 최대규모의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의 아성을 넘보는 행사로 급성장했다.
항도 부산을 두고 가왕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라고 했으나 이제는 ‘꼭 가봐요 예술도시 부산’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아트부산’ 덕에 인근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F1963은 전시장을 넘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서울옥션(063170)은 ‘부산 경매’를 만들었고, 부산시립미술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올해 6월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을 공식 개관할 예정이며, 오는 9월에는 바다미술제를 동반한 부산비엔날레가 막을 올린다.
◇미술관과 경매까지 들썩=부산시립미술관과 벡스코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인근에 센텀지구와 복합문화공간 F1963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이 일대는 새로운 문화중심지로 급부상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개관 20주년 특별전 ‘모던과 혼성’ ‘피란수도 부산’은 모두 7월 29일까지 계속된다. F1963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출신 세계적 예술가 줄리언 오피의 대규모 개인전은 오는 6월 24일까지 이어진다. 공장을 개조한 공간의 특별함과 간략한 이미지로 인물을 표현하는 개성있는 작품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소문 난 전시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미술시장의 꽃’인 경매 역시 부산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부산 단독경매를 열어 93%의 높은 낙찰률을 거둔 서울옥션은 다음달 2일 부산 노보텔앰배서더호텔 4층에서 ‘부산세일’을 진행한다. 이중섭의 ‘싸우는 소’가 추정가 10억~20억원에 출품돼 주목을 끈다. 지난달 경매에서 이중섭의 대표작 ‘소’가 47억원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 기록을 8년만에 경신한 직후라 이중섭에 대한 관심이 큰 데다 ‘소’는 작가의 대표소재이며 전하는 작품 수도 많지 않아 귀한 작품이다. 이 외에도 이중섭의 은지화와 ‘사슴과 두 어린이’가 나왔으며 박수근의 ‘아이들’, 김환기가 한지에 그린 노란색 전면 점화, 유영국의 강렬한 원색미가 돋보이는 1988년작 ‘작품’ 등이 새 주인을 찾는다. 25일까지 서울, 27일부터 경매당일까지는 부산에서 사전전시가 진행된다.
오는 6월15일에는 부산시가 4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사하구 을숙도 내 조성한 부산현대미술관이 정식 개관한다. 프랑스의 조경예술가 패트릭 블랑이 건물외벽을 식물의 생명력으로 뒤덮는 ‘수직정원’ 전시를 진행하고 1층 갤러리카페 전시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카페를 디자인한 독일 출신 토비아스 레베르거가 맡을 예정이다. 이어 9월 8일부터는 부산비엔날레가 이곳에서 열린다. 부산비엔날레는 올해 ‘비록 떨어져 있어도’라는 주제로 전쟁과 식민지화, 사회·이념적 이유에 따른 민족 간 분리 등 ‘분단 문제’를 정조준한다. 최태만 국민대 교수가 새로운 집행위원장으로 비엔날레를 이끌고 크리스티나 리쿠페로와 큐레이터 외르그 하이저가 공동 전시감독을 맡았다. 작가규모는 예년보다 적은 70명이지만 응집력 있게 주제를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마이애미 안 부러워진 부산=세계 최고의 아트페어라 불리는 ‘아트 바젤’이 열리는 스위스 바젤은 결코 대도시가 아니며, 이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마이애미 바젤’은 미국의 대표적 휴양도시의 장점을 예술소비와 연결시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부산에 기반 둔 컬렉터 출신의 손영희 대표가 이끄는 ‘아트부산’은 이같은 성공요인을 검토해 “아트부산을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키우겠다”며 문을 열었다. 실제로 지난해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아트페어 평가’에서 ‘아트부산’은 ‘키아프’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대구아트페어가 3위로 뒤를 이었다. 올해 ‘아트부산 2018’에는 15개국 161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부스 숫자를 줄이는 대신 작품 전시를 위한 가벽을 3.6m높이로 높여 관람환경을 개선했다. 3.6m 가벽은 키아프와 같은 규격이다.
벡스코 입구 야외 광장에는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조각가 박은선의 대형 대리석 작품들이 선보였고 전시장 안쪽에서는 ‘한중일 미디어아트 특별전’과 함께 일본 출신 오마키 신지의 미디어설치작품 등이 선보여 아트페어의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특히 신지의 작품 ‘중력과 은총’은 거대한 항아리 모양의 작품 표면에는 인류의 진화과정을 포함한 동식물 등이 투조 방식으로 새겨져 있고 태양을 상징하는 빛이 위로 올라가면 문양의 그림자가 항아리 속으로 빨려들듯 모이고 빛이 내려오면 그림자가 넓게 퍼져가는 식으로 태양과 항아리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게 한다. 이번 아트페어의 필수 관람작으로 꼽혔다. ‘아트부산’은 특히 외국계 화랑들의 지속적인 참여율이 높으며 국내 화랑의 경우 신규 컬렉터 창출의 기회로 평가받는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미술관람과 작품구입이라는 목적 외에도 봄맞이 여행으로도 적합해 ‘마이애미 바젤’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부산=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