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 서비스의 댓글창은 사라질까, 남을까.’
‘드루킹(필명)’의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사용한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정치권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는 가운데 근본적으로는 네이버 등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댓글창’ 존폐가 변화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댓글창을 폐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포털 내부에서 각 언론사의 뉴스를 볼 수 있는 뉴스 서비스(인링크)는 계속하되 댓글창만 없애는 것이다. 사용자는 포털에서 뉴스를 읽을 수는 있지만 직접 의견을 내거나 여론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반면 댓글 자체가 사라지는 만큼 여론조작 시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각 언론사의 뉴스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035720)) 등 포털 내부에서 제공하지 않고 언론사 사이트로만 연결하는 이른바 ‘아웃링크’ 방식도 기존 댓글 서비스를 완전히 뒤바꾸는 형태다. 언론사 사이트에서만 뉴스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댓글창도 이곳에서만 열린다. 이 경우 개별 사이트로 뉴스 서비스 사용자가 분산되고 언론사가 직접 댓글 등을 관리하기 때문에 여론조작 가능성이 낮아진다. 다만 자체 서버 설비 등을 충분히 갖추기 어려운 중소 언론사 사이트는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23일 의견서를 통해 “현행 포털의 뉴스 서비스 방식인 인링크는 담론 시장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아웃링크 방식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네이버는 아웃링크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견해다. 개별 언론사 사이트에서 광고를 붙이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사용자의 뉴스 검색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유로 꼽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아웃링크 도입으로 포털 사용자 유입이 줄어들면 광고 매출액도 감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창 없애자
여론 파악 어렵지만 조작 차단해
신문協 “아웃링크로 전환” 촉구
댓글 서비스를 남겨두되 운영 방식만 개편하자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온라인 여론형성 공간인 댓글창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극단적인 정책’이라는 의견이다. 여기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댓글 정렬 방식의 기본값을 ‘최신순’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최신 댓글이 가장 상단에 뜨는 방식이어서 드루킹이 사용한 공감(추천), 비공감(비추천) 수 조작 방식은 통하지 않게 된다. 물론 최신순 나열 방식에도 단점은 있다. 특정 사용자가 같은 기사에 댓글을 10초 간격으로 하루에 20개(네이버 기준)까지 연달아 다는 방식으로 여론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특정 기사에 여러 번 공감·비공감을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문제 역시 네이버의 개선 대상에 올라 있다. 네이버가 이 기능을 없애면 각 사이트의 계정으로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 여론조작 가능성이 줄어든다. 물론 이 같은 기능이 하나의 계정 접속으로 여러 인터넷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만큼 폐지 시 사용자는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운영방식을 개편
최신순 정렬, 공감·비공감 안통해
특정 사용자 연달아 댓글땐 왜곡
드루킹이 악용한 매크로 차단 방안을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셀’이나 ‘엑세스’ 등 기존 소프트웨어(SW)로도 만들 수 있는 매크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댓글 서비스를 유지하되 ‘인터넷실명제’를 부활하자는 움직임은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영역이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진영에서는 도입을 반대하고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 쪽에서는 실명제 부활을 핵심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인터넷실명제는 지난 2012년 8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고로 폐지됐으며 다시 도입하려면 재심을 거쳐야 한다.
정동훈 광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인터넷실명제는 표현을 순화하거나 가짜뉴스 등 거짓 정보를 줄이는 제한적인 장점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온라인 소통 방식의 장점인 확장성과 다양성을 원천 차단하게 되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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