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외진단 업체들이 한국 시장조차 진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법·제도를 개선하고 국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업 구조를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이자수(사진) 체외진단기업협의회 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체외진단 시장 발전을 위해 규제 개선과 대-중기 협력, 제품 다변화를 주문했다. 체외진단은 침, 혈액 등으로 손쉽게 우리 몸의 상태와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고령화와 신종 감염병의 발병률 증가 등으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47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5,582억원으로 세계 시장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국내 시장은 아직 영세한 업체들이 많은 데다 규제가 발목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이 협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에 체외진단 기업이 180개 정도 있는데 이 중 어느 정도 규모가 돼 협회에 가입한 곳이 86곳”이라며 “체외진단 기업 중 상장된 회사라 해봐야 6, 7개에 그친다”고 말했다.
체외진단 업체들이 가장 불편을 호소하는 규제로 그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꼽았다. 이 협회장은 “남들과 다른 것을 만들었지만 정작 정부로부터 신의료기술 허가를 받는 게 힘들다”며 “이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 발생이 크다는 점을 4, 5년 전부터 얘기해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여전히 많이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신의료기술평가는 로봇,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V·AR) 등 새로운 기술이 가미된 의료기기를 판매하기에 앞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신의료기술 여부를 평가받는 제도다. 기존 기술로 인정되면 보험 급여 심사로 넘어가지만 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 연구원의 평가를 거쳐야 급여 심사로 넘어갈 수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 심사 기간이 1년 이상 걸리고 심사 기준이 들쭉날쭉한 점을 지적해왔다. 이 협회장은 최근 정부에서도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합해서 심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허가를 지원하고 있는 점을 들어 “정부가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규제 개선과 함께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체외진단에 뛰어드는 대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포스코, 셀트리온 등 다른 기업에서도 신사업으로 체외진단 진출을 꼽았다. 이 협회장은 “체외진단 시장은 혼자 개척할 수 없다”면서 “해외로 널리 시장을 확대하는 데 대기업과 동행해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업계 스스로 다양한 제품 개발 및 시장 확대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이 협회장이 부사장으로 근무하는 국내 체외진단기업 ‘아이센스’에서도 당뇨병 혈당측정기 외에 제품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 협회장은 “아이센스는 SK텔레콤, 분당서울대병원과 손잡고 혈당측정기에 통신기능을 넣어 혈당 데이터를 관리하고 건강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이 외에 분자진단 분야의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등 외부와 협업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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