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근간이 되는 이 기술은 언젠가 당신의 투자 방식을 바꿀 수 있다. 당신이 비트코인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해도 그렇다. 지금부터 일부 기업들이 월가와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By Robert Hackett
1월 중순 어느 상쾌한 아침, 필자는 암호화폐 스타트업 서클 Circle의 보스턴 본사를 방문했다. 때마침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 중이었다. 그 하루 동안, 가상 코인은 수십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 대부분의 시총 상위 50개 암호화폐들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도 20% 이상 급락했다. 겨우내 내리막길을 걷던 암호화폐 시장에서 그 날은 최악의 하루였다.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은 그 투매의 날을 “피의 화요일”로 불렀다.
그러나 서클 사무실은 유난히 평온했다. 어느 매니저도 유난을 떨지 않았다. 길게 늘어선 깜박거리는 컴퓨터 모니터 뒤에서 그 어느 누구도 “매도! 매도!” 혹은 “매수! 매수!”를 외치지 않았다. 모든 직원들이 의연해 보였다. 그 중에서도 제러미 얼레어 Jeremy Allaire CEO가 가장 침착했다. 얼레어는 “이 시장에선 보통 20% 등락 정도는 예상을 해야 한다”고 별일 아닌 듯 말했다. 좀 더 부드러운 스티브 발머 Steve Ballmer/*역주: 전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닮은 이 최고경영자는 호주식 고기 파이를 먹으며 한 무리의 직원들 곁을 한가로이 지나갔다. 우리는 셔플보드게임 테이블을 지나 대화를 나누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는 ‘의외로’ 즐거워 보였다.
요컨대, 서클은 시장의 등락과 상관없이 큰 돈을 벌 준비가 되어 있다. 회사는 서클 트레이드 Circle Trade라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장외‘ 트레이딩 데스크 Trading Desk/*역주: 암호화폐를 매매하는 팀/를 운영하고 있다. 큰 가격 변동성이 투자자들이 코인을 매매하게 만들고 있다. 서클은 ’고래(Whale)‘라고 불리는 큰 손과 코인 매수희망자들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 변동성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보스턴 사우스 쇼어 South Shore 출신으로 말이 매우 빠른 수석 트레이더 댄은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급변하기 시작하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을 익명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보안상 이유로, 세간의 이목을 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태풍 속 고요‘ 같은 이런 모습은 일부 모험적인 금융 회사에선 흔한 일이 되고 있다. 서클과 동종업계가 취급하는 거래금액이 소액 매매에 최적화된 크라켄 Kraken이나 코인베이스의 지닥스 Coinbase’s GDAX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압도하고 있다. 컴벌랜드 마이닝 Cumberland Miming-시카고에 위치한 초고속 트레이딩 업체 DRW의 자회사다-은 최소 거래금액이 10만 달러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디브이 체인 DV Chain-암호화폐 트레이딩 데스크를 운용하는 시카고 소재 전문기업이다-의 CEO 개릿 시 Garrett See는 회사의 평균 거래규모가 수 십만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최대 거래 규모는 약 500만 달러였다). 그는 “최대 매도자들은 초기 투자자들이다. 분기 당 한번씩, (암호화폐를 매도해) 전용 비행기를 사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이 분야의 다른 거물급 기업들에는 제네시스 트레이딩 Genesis Trading(비상장 주식 거래소 세컨드마켓 SecondMarket에서 분사한 뉴욕 소재 회사)과 홍콩의 옥타곤 스트래티지 Octagon Strategy가 있다. 물론, 이런 기업들은 존재 자체가 아이러니다: 이론적으로 암호화폐 거래는 중개업체의 필요성을 제거한 금융 혁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이 중개업체로서 수익성 높은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기업들은 주류 금융 회사들이 (디지털 화폐의 변동성과 모호한 규제 환경 우려 때문에) 기피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최소한 서클이라는 한 기업이 다가올 시대-투자자들이 전통 은행이나 중개업체, 암호화폐 기반의 업체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느낄 수 없게 된다-를 대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서클 트레이딩 고객들은 몇 가지 부류로 나뉘곤 한다: 보유한 코인 가치가 급등한 초기 투자자들, 코인 ‘채굴’ 업체들, 그리고 암호화폐 관련 벤처 기업들이다. 이 벤처 기업에는 다른 거래소, 헤지펀드, 개인 운용사(Family Office), 그리고 가상화폐공개(ICO)를 주관하는 사업체들이 있다. 이 고객들은 종종 대규모 코인거래를 신속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 이런 거래가 단일 거래소를 통해 한꺼번에 이뤄지면, 사이트가 다운되거나 급격한 코인 가격 하락이 발생할 리스크가 있다. 그래서 많은 암호화폐 거물들은 보유 코인을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매도한다. 그 후 트레이더들이 그 매도
물량을 처리하도록 하면 그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바로 그 트레이딩 데스크(서클 홈페이지는 암호화폐 거래금액이 월 20억 달러 이상이라고 홍보하고 있다)가 회사의 주요 수익원이다. 이 회사 재무상태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서클은 트레이딩으로 지난 3개월 동안에만 6,000만 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건 서클의 원대한 비전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 스타트업은 여러 다른 먹거리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핀테크 업체) 벤모 Venmo 같은 서클 페이 Circle Pay 앱이 그것이다. 앱 사용자들은 문자로 편리하게 송금을 할 수 있다. 또한, 곧 출시될 서클 인베스트 Circle Invest 앱도 있다. 이 앱의 목적은 (소액 주식투자를 독려하는) 증권앱 로빈후드 Robinhood처럼 꾸준하게 소액 암호화폐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센터 프로토콜 Centre Protocol도 있다. 이 오픈 소스 프로젝트는 상이한 디지털 지갑들-알리페이, 페이팔, 또는 서클의 지갑 같은 것들-의 상호 호환성을 위해 기획됐다.
서클은 암호화폐의 저변이 확대되고, 가격 변동성이 줄고, 디지털 토큰의 유용성이 인정받는 날을 대비하고 있다. 현재 경쟁하고 있는 수십 곳의 거래소들 대부분이 코인을 단순히 사고 파는 곳이라면, 서클은 더 원대한 야심을 품고 있다: 투자자들의 매매 수익을 궁극적으로 테슬라, 주택담보대출, 또는 우량주 포트폴리오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서클은 이를 이한 충분한 자금, 주류 투자자, 정교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암호화폐 금융을 중심으로 다음 세기를 위한 은행을 구축하려는 타당해 보이는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얼레어가 2013년 서클을 공동 창업했을 땐, 다크 웹 Dark Web /*역주: 불법정보가 거래되는 웹/ 시장과 범죄 활동이 암호화폐에 대한 담론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신조를 거스르면서까지 규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기로 결심했다. 런던에서 열린 초창기 비트코인 회의에서, 얼레어와 공동 창업자 션 네빌 Sean Neville(현 서클 사장)은 암호 무정부주의자들과 자유의지론자들이 모여 있는 소란스러운 군중들 앞에서 그들의 비전을 선포했다. 그 때 군중 속 한 사람이 그들에게 ‘만약 고객 정보를 요구하는 당국의 소환장을 받는다면, 관련 개인 정보를 넘겨줄 것인지’ 질문을 했다. 얼레어는 주저 없이 답했다. “물론, 당연하다!” 네빌은 그 모임이 거의 난투극까지 갔다고 회상했다. 무대로 달려든 한 대중 선동가가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며 나머지 사람들에게 “내가 당신들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외쳤을 정도였다.
서클이 2014년 5월 비트코인 앱/*역주: 모바일 앱으로 달러와 비트코인의 환전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을 출시한 후, 그 문제가 현실로 떠올랐다. 사기꾼들이 훔친 신용카드 번호를 투기적인 암호화폐(비트코인)를 구입하는데 악용했다. 그 결과 이 스타트업은 높은 사기 예방 비용을 떠안게 됐다. 결국 서클이 앱의 비트코인 환전 기능을 중단하자, 비트코인 추종자들의 분노를 샀다. 그럼에도 회사는 1세대 비트코인 기업가들을 괴롭혔던 사업체 폐쇄, 파산, 그리고 체포를 견뎌낼 수 있었다(충분한 자금력과 신중함을 갖춘 덕분이었다). 서클은 아울러 은밀하게 서클 페이 Circle Pay의 트레이딩 업무를 지원하고 있었다. 그를 통해 사용자들은 모든 종류의 화폐(가상이든 실제든)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2016년부터 그 데스크는 암호화폐 시장 조성자 역할에 주력하며 번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레어와 네빌의 더 큰 비전이 대형 투자자들-골드만 삭스, 중국의 인터넷 공룡 바이두 Baidu,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인 벤처 캐피털리스트 짐 브레이어 Jim Breyer-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6년 6월, 최종 단계 펀딩에서 서클은 4억 8,000만 달러 가치를 평가 받았다. 현재 이 기업의 가치는 그 이상일 것이다. 얼레어는 라즈 다테 Raj Date(서클 투자자이자 소비자 금융 보호국의 초기 설계자)가 “역설적 보수주의(Paradoxical Conservatism)” /*역주: 보수의 원칙인 자유시장보다 규제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주의/라고 주장한 것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점은 얼레어와 규제 당국과의 긴밀한 관계에서 잘 나타난다. 서클은 비트라이선스 BitLicense-뉴욕 주 금융서비스국이 발행하는 가상 화폐 사업 인증서-를 받은 첫 스타트업이다. 얼레어는 국제통화기구(IMF)에도 핀테크 정책 관련 조언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비전은 항상 기존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폐를 결합해 하이브리드 디지털 모델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어는 장기 전략적 사고라는 측면에서 얼레어를 마크 저커버그와 비교한다: 페이스북 창업자가 단순한 대학교 연합체가 아닌, 광범위하고 끈끈한 사회적 플랫폼의 필요성을 ’본능적으로 이해‘했던 것처럼, 얼레어는 (단순히 또 하나의 은행을 구축한다는 목표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금융 운영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활성화는 얼레어와 네빌에게 필연적 변화를 의미한다: 돈이 지폐에서 암호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들은 “향후 5~10년 내에 모든 종류의 전통적 유가증권들이 ’암호화‘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즉,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공유 원장인 블록체인에 거래 기록이 남는 가상 화폐들로 나눠질 것이란 주장이다. 사람들은 부동산부터 자동차, 집, 특허, 그리고 주식까지 모든 것을 디지털 자산 형태로 쪼개 소유하고 거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자산들 대부분은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스마트 계약(Software Defined Smart Contract)‘을 통해 배당금을 지급하도록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 지지자들은 이 암호화된 미래를 통해 소액 투자자들이 새로운 자산 상품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국내외적으로 거래 및 투자 비용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날로 증가하는 악재를 잘 이겨내는 동안, 서클의 트레이딩 인프라는 회사의 장기적인 목표를 위한 도약판을 제공하고 있다. 서클의 경쟁사 컴벌랜드의 수석 트레이더 바비 조 Bobby Cho의 예측에 따르면, 2018년은 더 많은 월가 기관들이 (고객의 성원과 잠재적 성장에 매력을 느껴)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하는 변곡점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일례로 골드만 삭스가 자체적으로 암호화폐 트레이딩 데스크를 가동할 것이라는 루머가 수 개월 동안 나돌았다. 회사 대변인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화폐에 대한 고객의 흥미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골드만 삭스의 암호화폐 산업 참여는 서클에 대한 지분 투자가 유일한 방법이다.
필자는 얼레어에게 자금력이 풍부한 금융회사들이 암호화폐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미국 최대 소매 금융사 제이피모건 체이스의 CEO인 제이미 다이먼 Jamie Dimon은 앞서 “비트코인과 다른 알트코인들에 관심이 없다”고 명확한 태도를 밝힌 바 있다.
얼레어는 “나는 90년대 중반 시어스 백화점의 CEO가 누구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 당시 그 CEO는 인터넷 쇼핑을 상당히 무시하는 발언을 했을 것”이라며 “아마도 20년 후엔 그 어느 누구도 제이미 다이먼이 누구인지 모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번역 박정호 Parky1998@naver.com
암호화폐 시장의 강자들
전 세계적에는 수십 곳의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있다. 일부 대형 거래소들의 세부 현황을 소개한다. 몇몇 미국 거래소는 규제 당국과의 협업, 월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결국엔 다른 해외 거래소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암호화폐 하루 거래 규모(괄호 안은 비트코인 비율) : 바이낸스(홍콩) 19억 3,000만 달러(9.2% ) / 업비트(한국) 14억 달러(13%) / 크라켄 (미국) 4억 8,410만 달러(28.6%) / 비트렉스(미국) 4억 3,330만 달러(14.8%) / 코인베이스/지닥스(미국) 4억 2,160만 달러(35.9%) / 제미니(미국) 1억 4,520만 달러( 55.5%) #기준일: 2018년 1월 30일 출처: 코인마켓캡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