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 있다. 바로 대학교다. 시중은행들은 대학교와 ‘주거래은행’ 계약을 맺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재학 중인 수 많은 대학생들을 미래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거래은행 계약을 통해 대학교에서 확보한 대학생 고객들은 평균 10년 이상 거래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재테크, 청약, 적금 같은 다양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잠재고객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선 주거래은행 계약을 따내기 위한 출혈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교와 주거래은행 계약을 체결한 시중은행들은 협력사업비, 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대학에 수억 원을 지불하고 있다. 이 같은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금융권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학과 주거래은행 계약을 하는 방식으론 젊은 고객층을 끌어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근에는 좀 더 참신한 방법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는 전략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KB국민은행의 마케팅 전략이 특히 눈에 띈다. 이색적인 마케팅과 젊은 감성을 앞세워 2030세대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금융사로 떠오르고 있다. 인기 절정의 아이돌 가수를 모델로 활용하고, 젊은 세대와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KB국민은행의 광고모델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자사 광고모델로 한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전면에 내세웠다. BTS는 현재 KB국민은행의 간편 금융 디지털 플랫폼 ‘리브(Liiv)‘의 광고모델로 맹활약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3대 음악 전문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초청돼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글로벌한 팬덤을 형성하며 북미,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의 스토리에 주목했다. 사실 방탄소년단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대 기획사 소속이 아니다. 자연스레 큰 규모의 지원을 받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글로벌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스스로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피나는 연습과 노력 외에도 독보적인 퍼포먼스와 또래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노래로 꾸준히 친근함을 부각시켰다.
KB국민은행이 아이돌 마케팅을 시작한 궁극적인 목적은 현재의 경영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은행권에선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 플랫폼 같은 미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영업점을 대폭 줄이고 비대면 전략으로 가는 것 역시 미래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데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처럼 미래 기술에 기반을 둔 혁신은 아이돌이 갖고 있는 젊고 세련된 이미지와 비교적 잘 어울린다. 전문가들은 아이돌의 이미지와 은행의 혁신 전략이 융합되면 좀 더 큰 마케팅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전개하고 있는 또 다른 유스마케팅 전략은 직접 젊은 층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난 4월 말 서울 홍대 인근에 오픈한 KB국민은행의 복합문화공간 ‘청춘마루’가 대표적인 사례다. 청춘마루는 기존 은행 점포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기존 은행들도 최근 몇 년 사이 문화공간을 표방한 이색 점포를 선보이며 고객과의 소통에 적극 나섰지만, 이들 점포의 핵심 역할은 여전히 ‘은행 업무’였다. 고객들은 그 곳에서 은행 업무를 보며 차를 마시거나,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 속에서 금융상담을 제공 받았다.
하지만 청춘마루는 이들과 180도 다르다. 이 공간의 본질은 ‘놀이터’다. 공연을 보고, 전시회를 관람하며,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것이 이 공간의 주요 콘셉트다. 금융 서비스라고는 공간 한 켠에 마련된 현금입출금기(ATM)가 전부다.
청춘마루는 현재보단 미래에 초점을 맞춘 KB국민은행의 유스마케팅 전략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KB국민은행 측은 청춘마루를 통해 젊고 밝은 KB의 브랜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청년층에 스며들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이미지가 유지되면 향후 급여통장 개설, 신용카드 발급, 대출상품 사용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KB 측의 계산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유스마케팅 전략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쟁이 불붙은 금융권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수준”이라며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보는 것도 재미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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