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이자 뮤즈인 아다(Ada)는 피카소의 뮤즈이자 연인이었던 도라 마르를 좋아했어요. 아다는 유럽적 아름다움과 미국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진 완벽한 모델이지요.”
‘현대 초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미국 작가 알렉스 카츠(91)는 부인 아다의 초상화만 250여 점 이상을 그렸다. 마치 만화처럼 간략하게, 다소 엉뚱한 각도에서 사람을 들여다본 카츠 풍(風) 인물화로 표현된 아다의 모습은 영원한 사랑이며 뉴욕 상류사회가 지향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부터 최근 제작된 미공개 신작까지 총 7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25일 서울 잠실의 롯데뮤지엄에서 막을 올렸다. 문학청년이던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심취해 여주인공 샤롯데의 이름에서 사명을 따 온 ‘낭만적인 사연’을 곱씹는다면 롯데뮤지엄의 개관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로 카츠는 꽤 잘 어울리는 작가다. 초상화부터 풍경화와 설치작품까지 총망라한 이 정도 대규모의 카츠 개인전은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알렉스 카츠 초상화의 특징은 단색의 대형 화면을 채운 확대된 얼굴이나 예상을 벗어난 각도로 잘라낸 인물을 배치하는 것. 일명 ‘크롭-클로즈업’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마치 광고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풍기며 그림 속 주인공에게 더욱 빠져들게 한다.
1927년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뉴욕 토박이’ 카츠는 부모의 영향으로 문학과 예술을 즐겼고 자연스럽게 미술대학에 진학해 화가가 됐다. 그가 젊은 열정과 실험정신으로 세상을 둘러보던 1960년대 뉴욕은 TV·영화·광고로 넘쳐나는 새로운 미디어의 도시였다. 또한 그 시절은 바넷 뉴먼·프란츠 클라인 등의 색면추상과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 재스퍼 존스·앤디 워홀의 팝아트 등 새로운 미술이 공존하는 때였다.
그 어떤 미술사조에도 편승하지 않으려 한 카츠가 택한 것은 가장 전통적인 그림인 초상화를 독창적인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조하는 일이었다. 인물을 택하면 작가는 신속하게 연필·목탄·잉크 등으로 대상을 묘사하는데 이목구비는 물론 패션과 표정, 눈동자의 방향까지 세세하게 그린다. 그런 다음 정교한 스케치에서 여러 부분을 덜어내 윤곽선만 남기는 간략화 작업을 진행한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작가의 신중한 고민이 담기고 그 결과 인물의 개성과 독특한 인상이 남게 된다.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특성이 드러나는데도 절제미와 신비감이 감돈다. 강렬한 색채의 대비로 얻어낸 아우라도 인물을 돋보이게 한다.
아내 아다의 초상화의 경우 동일 인물을 여러 각도로 보여주는 구성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고개 돌린 무용수 로라의 턱과 목덜미에서 보여주지 않은 몸의 아름다움과 움직임의 미학을 상상할 수 있다. 카츠는 1960년대부터 20여 년간 안무가 폴 테일러와 12개의 발레공연을 기획해 무대를 창조했고 이를 통해 상당수의 무용수 인물화를 제작했다. 강렬한 빨간색 화면에 무용복 입은 금발여인을 그린 ‘코카콜라걸’ 시리즈와 캘빈클라인 속옷과 협업한 신작 ‘CK’ 시리즈 등 단순하지만 강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7월23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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