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다니던 대기업의 갑작스러운 매각과 퇴직, 이후 입사한 중소기업 오너들의 ‘먹튀’와 또 연이은 퇴사…. 반려동물 놀이기구를 만드는 볼레디의 박승곤(49·사진) 대표의 20여년 직장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그리고 재취업 대신 지난해 마흔여덟 나이에 선택한 길은 늦깎이 창업이다.
스스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스타트업(신생벤처)은 가시밭길이었다. 박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디어만 믿고 의욕이 앞서 창업에 뛰어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창업교육을 통해 충분히 배우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볼레디는 2013년 설립후 1년 반 만에 벤처투자업계에서 꽤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이 됐다. 회사 이름과 같은 애견 놀이제품 ‘볼레디’는 2014년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모바일쇼 ‘글로벌모바일비전2014’에서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위버기즈모가 선정한 혁신 부문 은상을 받았다. 유럽 통신사 오렌지텔레콤이 꼽은 우수 벤처에도 이름을 올렸다.
볼레디는 반려동물에게 자동으로 사료를 주고 공을 쏴 운동도 시키며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도 가능한 원통형 모양의 사물인터넷(IoT) 놀이기구다.
직접 개를 키우는 박 대표는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는 동물 급식기나 볼 슈팅기의 기능을 다 갖고 있으면서 동물들이 지루해하지 않는 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창업멤버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자금문제는 박 대표에게도 쉽지 않았다. 엔젤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악덕 중개자로 인해 수개월간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했다. 2년간의 노력 끝에 박 대표는 동물의 보상·조건반사·사냥본능 등 행동원리를 적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그는 “급식·놀이 기능에 관찰 카메라까지 말 그대로 정보통신기술(ICT)을 모두 융합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늦은 나이에 창업을 시작한 점을 감안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미친 듯이 일했다”며 “1년 반 동안 관련 세미나·포럼·강의 등을 들으러 돌아다닌 게 줄잡아 1,500시간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사람을 분별하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는 자신의 창업관을 피력했다. 벤처·창업도 결국 사람으로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창업을 시작하며 삼은 모토도 ‘가족과 고객의 롤모델이 되자’입니다. 항상 신중하고 이상적으로 행동하자는 자기 약속이지요.” 젊은 예비창업자들에게는 경험과 인성 쌓기를 권유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 “패기만 앞세워 정작 투자를 받아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반대하는 창업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며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목표는 세계시장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동물을 ‘애완’보다는 가족처럼 생각하는 ‘반려’의 시각이 더 많다”며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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