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IT 앞세워 투자 현혹...6070 울리는 다단계 사기

생체인식기능 등 전문용어 써가며

은퇴자에 가입비 80만원 결제 유도

경찰, 작년에만 125명 검거 불구

불구속·낮은 형량 탓 근절 안돼





“각종 체크·신용·멤버십카드 기능을 다 가진데다 생체인식도 가능한 신용카드입니다. 원격으로 카드와 휴대폰을 동기화하면 분실 염려도 없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 6층 사무실. 자신을 다국적 업체 W사 소속이라고 밝힌 한 중년 남성이 PPT를 넘기며 설명했다. 그는 “삼성·LG와 제휴돼 있어 80%에 가까운 전자제품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하루빨리 선점하려면 가입비 약 80만원을 내고 주변에도 알리라고 조언했다. 심지어 ‘전 세계 모든 크루즈여행사가 가입돼 있고 고급 호텔의 룸키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황당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사무실을 가득 채운 200여명의 60~70대 노인들은 종이에 내용을 받아적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IT스마트기기’ ‘생체인식기능’ 등 정보기술(IT) 관련 용어를 써가며 6070 은퇴자들을 겨냥한 다단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련 지식이 없는 은퇴자 상당수는 업체의 사기성 짙은 홍보를 분별하지 못하고 앞다퉈 투자에 뛰어드는 실정이다. 서울 도봉구 주민 윤모(67)씨도 전략에 당했다. 윤씨는 “이 나이에 크루즈여행을 가볼 수 있다니 얼마나 환상적인 제안이냐”며 “주변에 알릴 때마다 20달러의 수익을 되돌려받는다는 점에도 마음이 혹했다”고 전했다. 윤씨가 참석한 200명 규모의 설명회는 지금도 매주 5회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버젓이 열리고 있다.



문제는 무등록 다단계 업체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약해 이들의 ‘업종변경’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W사는 지난 2013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도 하지 않고 여행 다단계 상품을 판매해 수차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해 경기도 부천 오정경찰서는 이 회사 지점장과 판매직 등 59명을 검거했고 청주 흥덕경찰서는 66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점조직 특성상 최상위 책임자를 추적하지 못했고 어렵사리 검거된 판매직 123명은 초범이거나 하급 직원이라는 이유로 불구속으로 풀려났다. 125명 중 2명을 제외한 전원이 불구속 송치된 것이다.

법원으로 가면 형량은 더욱 낮아진다. 재판부 역시 판매직이 초범이거나 고의성이 적다는 사실을 감안해 이들에게 통상 1년 이하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피해금액을 보전받은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라도 제출하면 형량은 더욱 줄어든다. 자유의 몸이 된 판매직들은 범행 수법을 활용해 ‘새끼조직’을 만들고 범행을 유지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심한 경우 판매직들이 재판을 받는 도중 새 영업장을 열기도 한다”며 “범죄수익에 대해 엄격한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묻거나 형량을 높이는 등 범죄 기회비용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