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의 발언은 내년 최저임금 결정시한을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 경제사령탑이 공개적으로 속도조절론을 내놓은 것이어서 눈여겨볼 만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업체의 경영난 호소에 뒤늦게나마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가 친노동인사들이 포진한 최저임금위원회를 겨냥해 “양극화 해소라는 정책 취지와 함께 시장과 사업주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고려해 산입범위와 인상폭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도 이런 경영계의 우려를 반영한 셈이다.
문제는 경제팀의 소신이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느냐 여부다. 통계청에 따르면 1·4분기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이 역대 최대로 급감하면서 소득 양극화가 2003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오히려 저소득층만 타격을 받는다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현실화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 내에서는 여전히 경기 판단과 고용시장 호전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으니 답답하다.
현재의 고용시장은 더 이상 최저임금의 유의미한 영향을 따져볼 만큼 한가롭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판단에서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를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바람직하다. 경제팀은 산업현장의 절박한 상황인식을 공유하면서 처방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차제에 근로시간 단축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 고용정책 전반을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대선공약 철회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반시장정책의 속도조절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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