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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플레어 뛰어넘는 대공방패 최종병기 'DIRCM'…항공기 생존성 확 끌어올려

<39>'지향성 적외선 방어장비' 세계 6번째 개발

국방과학연구소가 최근 육군항공학교에서 열린 무기체계 전시회에 출품한 국내 개발 DIRCM. 제품의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제공=디펜스타임즈코리아




헬기에서 대통령 전용기까지 우리나라 항공기들의 휴대용 대공미사일에 대한 생존성이 높아진다. 첨단 방어시스템인 ‘지향성 적외선 장비(DIRCM·Directional Infrared Counter Measures)’의 시험 개발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16일 육군항공학교에서 열린 ‘육군 항공무기체계 설명회’에 시제품을 전시하며 시험 개발이 끝났다고 밝혔다. 국내 개발 DIRCM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군이 원하면 몇 가지 절차를 거쳐 바로 전력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육군과 공군 등의 소요 제기와 체계 개발, 운용시험 평가라는 절차를 남기고 있으나 개발 완성도가 높아 내년 말이나 오는 2020년께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기술은 미국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이전을 거부했던 기술로, 국내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방산 수출 활성화 등의 선순환 구조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과학硏 ‘DIRCM’ 공개

대공미사일 탐지·추적조준 후

고출력 광원 발사해 무력화

美 기술이전 꺼려 독자 개발

◇DIRCM은 대공 방패의 최종 진화형=
한마디로 휴대용 대공미사일에 대한 최신 방어체계다. 베트남전 이후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항공기들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다. 구소련이 지원한 SA-7 휴대용 대공미사일로 월맹군과 베트공은 미군 등의 항공기 204대를 떨어뜨렸다. 소련도 아프가니스탄 침공 시 미국제 스팅어 휴대용 대공미사일로 무장한 무자헤딘에게 269대를 잃었다. 걸프전에서 추락한 29대 가운데 12대가 휴대용 대공미사일에 의한 피해였다. 민간 항공기도 표적이 되기는 마찬가지. 테러리스트에게 유출된 지대공 미사일로 민항기를 저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군은 처음에는 휴대용 미사일에 대해 플레어(Flare)로 대응해 효과를 봤다. 플레어라는 항공기의 엔진이 발산하는 적외선보다 더 강렬한 불꽃을 만들어내 적의 미사일을 속였다. 대공미사일이 보다 진화해 플레어와 기체를 구분하는 2색 탐색기 등을 탑재해 플레어의 벽을 넘었다. 더욱 날카로워진 창과의 대결에서 미국은 1980년대 초반부터 방패를 지능화시켰다. 대공미사일의 2색 탐색기를 속일 수 있는 신호를 방출하고 지능화한 플레어를 방출하는 시스템(IRCM)을 구축한 것. 문제는 이 시스템의 단점이 많았다는 점이다. 항공기의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데다 항공기 자체의 위치를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약점이 있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시스템이 바로 DIRCM이다. 1990년대 초부터 연구를 시작한 미국은 1999년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DIRCM의 작동은 크게 네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항공기에 장착된 미사일 경보 시스템에서 접근하는 대공미사일의 방향 정보를 잡아낸 뒤 회전식 열상 카메라에 전달한다. 열상 카메라는 접근하는 대공미사일을 탐지·추적·조준하고 기만광원장치가 고출력 중적외선 기만광원을 발사, 대공미사일의 탐색기를 속이는 방식이다. 최대 특징은 능동식이라는 점. 대공미사일을 직접 찾아내 레이저 등을 발사해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 플레어나 알루미늄 조각(채프)을 뿌리는 수동식과는 개념부터 다르다.

플레어를 터트리며 적의 미사일 공격을 막으려 시도 중인 C-130 수송기. 베트남전을 기점으로 휴대공 대공미사일의 보급과 사용도 보편화했다.




◇이전 꺼리는 첨단기술, 세계 6번째 개발=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장비여서 세계 각국은 기술 공개를 꺼리고 있다. 더욱이 암호 알고리즘까지 넘겨야 하는 특성상 기술 이전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에 기술 이전을 희망했으나 여의치 않자 2014년부터 독자 개발로 발을 돌렸다. 대한민국 공군 1호기, 즉 대통령 전용기에 설치할 DIRCM마저 ‘전용기가 아니라 임대기라면 기술 보호가 어렵다’며 미국이 판매를 거절한 직후부터 독자 개발을 모색해온 것이 이번에 결실을 거뒀다. 미국에서의 구입 길이 막힌 이 장비를 이스라엘에서 대신 사들인 가격은 약 300억원. 국내 기술진은 여기에 못 미치는 연구개발비로 시제품 제작까지 마쳤다. 미국과 프랑스·이탈리아·이스라엘·러시아에 이어 세계 6번째 개발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과 일본의 관련 장비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실전배치

특수전단 수송기 등 우선 장착

각국 수요 많아 수출 가능성도

추가 성능검증·체계개발은 과제

◇실전 배치되려면 절차와 검증 더 거쳐야=
적은 개발비로 첨단 장비를 개발해냈으나 갈 길은 멀다. 우선 사용하는 군대, 즉 육군과 공군이 소요를 제기해야 양산을 위한 체계 개발에 들어갈 수 있다. 검증도 더 필요하다. ADD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성능을 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번째는 실제로 발사된 미사일을 DIRCM이 잡아내는 시험. 충분히 성과를 거뒀으나 문제는 DIRCM이 지상에 고정돼 있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ADD가 임대한 민간의 헬리콥터에 장착된 DIRCM이 미사일 발사와 비슷한 적외선을 감지하고 대응 수단을 발사하는 시험. 두 단계 테스트 모두 성공했으나 혹독한 전장 환경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항공기에 실제로 적재된 DIRCM이 대공미사일을 감지·추적하고 멍텅구리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인명이 달린 문제라 사람이 탄 항공기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실험이 어렵다면 무인기를 통해서라도 제품의 성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해 7월 경기도 안흥시험장에서 실시한 성능 테스트의 한 장면. 트럭에서 발사된 모의 미사일을 헬기가 감지하고 처리하는 시연이 이어졌다.


◇국내외 수요 많고 발전 가능성도 높아=군은 일단 저속 항공기에 이 장치를 장착할 예정이다. 특수작전용 수송기와 헬기가 우선 장착 대상이다. 생존성 강화 차원에서 전선에 투입될 수 있는 모든 수송기와 헬기에 이 장치를 단다고 가정하면 사업비 규모가 조 단위를 넘어갈 수 있을 만큼 큰 사업이다. 국내 수요가 그만큼 많다. 북한이 1만여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감안하면 특수전단에서 운용하는 수송기와 헬기에 우선 장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이 기대만큼 성능을 낸다면 수출 가능성도 밝은 편이다. 군 관계자는 “전 세계에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약 50만개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군수용은 물론 테러 위험성이 커지면서 민수용 DIRCM도 전성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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