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의혹이 불거졌던 배우 오달수가 세 달째 칩거 중이다.
오달수의 성추문이 불거진 것은 인터넷 댓글이 시작이었다. 지난 2월 문화계 내 미투 운동 관련 기사에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익명의 댓글이 게재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월 배우 A씨는 댓글에 이어 JTBC ‘뉴스룸’을 통해 1990년대 오달수로부터 ‘여관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배우 엄지영 역시 2003년 ‘오달수에게 모텔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오달수는 2월 26일과 28일 두차례에 걸쳐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26일엔 “익명 댓글에서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엄지영씨가 신원을 공개하자 “전부 제 탓이고 저의 책임입니다”고 사과하기에 이른다.
대중들은 피해를 주장한 여성이 신원을 공개해서 오달수가 바로 사과의 태세에 이르렀다고 이해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한마디로 ‘분명하고 명확한 입장발표를 위해서’였다. 다른 미투 대상자들과 다른 그의 구체적인 사과문을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 오달수의 사과문을 놓고 일각에선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한다’며 질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오달수를 향한 미투 공방이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에서 오달수가 왜 그렇게 사과문을 내게 됐는지 하나 하나 짚어보고자 한다.
조덕제는 오달수의 미투 사안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후 조덕제와 오달수는 몇 차례 만남을 갖고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조덕제는 1998년경 ‘눈물의 여왕’이라는 작품을 통해 오달수와 함께 공연한 인연이 있다. 또 오달수씨 사건의 두 번째 제보자인 엄지영씨와는 2005년경 함께 연극 작품을 한 인연이 있다.
오달수가 직접 언론과 만나는 걸 조심스러워해, 미투 사건 이후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조덕제를 직접 만나 ▲A씨와 오달수의 진짜 관계 ▲ 오달수 사건이 갑을 관계 및 상하관계에서 일어난 미투인지 여부 ▲엄지영씨의 폭로에 오달수가 사과가 아닌, 준엄한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Q. 이전에는 오달수씨와 직접적인 통화나 만남이 없는 상태에서 오달수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해왔다. 이번엔 오달수씨와 직접 만난 뒤 그의 답답했던 입장을 대변하게 됐다.
A. 실제 오달수 씨 사건은 피해자분들이 밝힌 제보에 있어서 많은 허점과 의혹이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그 생각은 변함 없다. 오달수씨 미투 최초 제보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든다. 익명의 댓글을 보면, 오달수씨를 바바리맨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나. 그것 자체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Q. 오달수는 ‘지난 2월 15일, 19일 이틀에 걸쳐 하나의 익명 아이디로 포털 상에 피해를 주장하는 댓글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두번의 댓글 모두가 피해자 A씨의 댓글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A. 당시에 익명의 제보와 댓글이 이어졌다. 한국형 미투라고 해서 익명의 제보도 무차별적으로 미투로 받아들여졌다. 제보자가 누구인지 모르면 사실관계를 따져서 보도가 되어야 하는데, 무분별하게 보도가 됐다. 과연 어떤 근거로 사실이라고 단정 내릴 수 있나. 그 결과 책임질 수도 없고, 수습할 수도 없는 희생자가 발생 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A‘씨(혹은 또 다른 익명의 제보자 추정)는 최초 제보에서 연출가가 자리를 비우자 오달수가 갑자기 나타나 느닷없이 자신의 반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휘저었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무표정한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A’씨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달수씨를 마치 바바리맨 처럼 묘사 하고 있다.
Q.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해도 피해자는 상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A‘씨의 제보를 완벽하게 거짓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A. 사실 ‘A’씨는 오달수씨에 대한 제보를 약 2년 전부터 주요 D사등과 같이 연예 관련 소식을 주로 다루는 언론사들에 꾸준히 제기해 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런 극대화된 표현 등이 신뢰할 수 없는 내용으로 판단되어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고 다루지 않은 ‘지라시’ 성격의 제보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제보가 ‘미투’운동에 편승하여 대표적인 연예게 ‘미투’관련 사건으로 탈바꿈 했다. 그 사실이 더 놀랍고 충격적이다.
Q. ‘A‘씨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겠다. 같은 극단 내 선후배 관계였나?
오달수는 ‘A’씨에 대해 ’그 사람은 굉장히 소심했고 자의식도 강했고 무척이나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희곡이나 소설을 써보라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25년 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이든 제가 상처를 드린 것을 진심으로 사과 드리겠습니다. 상처를 안고 살아온 것에 안타깝고 죄스러운 마음 무겁습니다. ‘고 표현했다.
A. 우선, A씨는 직장인 워크샵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마골 소극장에 있던 오달수씨를 만났다. 취미활동의 일종으로 희망자들은 일종의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연극제작 과정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직장인들을 상대로 운영하였고 직장인들의 특성상 퇴근시간 이후에 다 같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준비하여 최종적으로 공연까지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수 때문에 극단 선후배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극단 선후배로 보긴 어렵다. 보통의 직장인 워크샵은 1년이나 6개월에 한차례씩 희망자들 중에 선별하여 회원으로 뽑아 운영 하였고 이 과정에서 선별된 사람들에게 책임감과 연대감을 부여하기 위해 기수를 부여했다고 한다.
Q. ‘A‘씨는 극단의 정식 단원이 아니었다는 말인데, 왜 상하관계의 위력이 발생했다고 제보를 하게 됐을까?
A. 회비를 내고 6개월 단위로 가입한 일반 직장인들을 상대로한 워크샵이었다. 그런데 그런 현장에서 25살 청년 오달수씨가 갑을 관계니 상하관계에 있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직장인이었던 ‘A“씨가 강제로 오달수씨에게 끌려 여관에 들어갔다는 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다.
Q. 오달수씨는 ‘A’씨에 대하여 연애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한 반면, 이에 대해 A씨는 반박을 통해 애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었고 가학적인 성관계였다고 밝혔다.
A. 이 부분은 서로 50의 나이를 넘긴 사람들이 젊었을 때 서로의 인연과 관계에 관한 내밀한 사생활이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거나 알려질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 입장에서는 비록 25년 전 일이라 해도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정도로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은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 된다. 이는 오달수씨가 직접 만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국민들이 나서서 잘잘못을 따지고 밝힐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Q. 사랑의 감정이 25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각각 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는 듯 보인다. 무엇보다 오달수와 ‘A’씨의 감정의 골이 깊은 것 같다. 오달수씨는 ‘A’씨를 직접 만나 오해를 풀고 사과를 드리고자 하는 건가?
A. 사실, 오달수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가능 하다면 A씨를 직접 만나 25살 젊은 오달수가 안겨준 상처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용서를 빌고 그 분의 상처가 아물도록 최선을 다하고자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분에 대하여 워낙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어서 연락처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회사쪽으로라도 그분이 연락을 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
Q. 오달수의 사과문을 보면 “엄지영 배우님에게. 저로 인해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님이 용기 내어 TV에 나오게 한 것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말하든 변명이 되고 아무도 안 믿어 주시겠지만 가슴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주는 준엄한 질책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고 적고 있다.
여기서 궁금한 건 ‘용기 내어 TV에 나오게 한 것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A’씨에게 보내는 사과문과는 다른 뉘앙스였다.
A. 두 번째 제보라고 할 수 있는 엄지영씨의 제보는 유감스럽게도 오달수씨가 기억하는 사실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답답한 점이 많다고 한다. 따져묻고 싶은 부분도 있었고, 반박하고 픈 마음도 들었지만 그렇게 흙탕물 싸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Q. 엄지영씨는 2003년 ‘오달수에게 모텔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이다 아니다에 대해서는 양측이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모텔에 거주한 사실도 없다는 말인가?
A. 첫 번째 오달수씨는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엄지영씨가 말한 여관이나 모텔 등에서 생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오달수씨와 작은 인연이라도 있는 대학로 연극계 선후배 중에서 2001년 오달수씨가 이혼한 이후 오달수씨가 혼자 살았던 삼선교 인근 옥탑방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하다. 2001년부터 8년 정도를 그 곳에서 산 걸로 안다. 저 역시 대학로 배우로 지내면서 알고 있었고, ‘삼선교 옥탑방’이란 댓글도 나오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오달수씨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하는 것이다. 나서서 ‘아니다’ 고 반박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Q. 사건이 일어난 장소적인 부분이 팩트와 다르다. 모텔이 아닐지라도 또 다른 곳에서 오달수씨가 엄지영에게 오디션을 위한 연기지도를 하면서, 성추행으로 의심될만한 터치가 있었던 게 아닌가.
A. 오달수씨는 오디션을 위한 연기지도를 부탁했다는 엄지영씨의 진술에 어이없어 하고 있다. 오달수씨는 본인의 특이한 외모로 인해 단 한 차례도 오디션을 보고 케스팅된 사실이 없다고 한다. 즉, 본인 스스로가 오디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누구에게 알지도 못하는 오디션 연기를 지도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될뿐더러 본인은 전혀 기억이 없다는 것.
Q. 거창한 연기지도는 아닐지라도 조금이라도 연기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 않나. 그 과정에서 상하관계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으니.
A. 사실 저도 같은 시기에 연극을 하던 사람이고요. 엄지영 씨와도 2005년 함께 공연한 사실이 있다. 그러다보니 당시 연극계 상황을 누구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 한다.
지금도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2003년 당시 연극계 분위기로 볼 때 다른 극단의 배우가 타 극단의 배우에게 연기 지도를 부탁하는 행동은 극단 내의 선배배우나 극단대표, 연출가 등의 존재를 무시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에겐 사실상 불가능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행동이다. 한마디로 극단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문제로 개인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극단단원으로서는 금기시된 행동이며 당시의 극단 분위기였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Q. 처음엔 변명처럼 느껴졌던 오달수씨의 긴 사과문이 다르게 읽혀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이다. 오달수씨는 수일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성폭행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만 사과문을 발표했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강경대응 하지 않았다. 이렇게 팩트가 다른 부분이 많음에도.
A. 오달수 사건을 두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오달수씨의 인간적인 부분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여자 거짓말쟁이야.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 여자 가만두지 않겠다’ 고 해야 하는 게 상식적인 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이건 ’A’씨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한 때 호감을 가지고 사귀었던 사람을 부인하는 건 자기만 살겠다는 심보 아닌가. 오달수이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졌고, 오달수이기 때문에 이사안을 보다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 거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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