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은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보는 능력입니다.” 미국의 사이언스 픽션 작가인 토마스 M 디슈의 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역량으로 창의력과 융합력을 꼽았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데이터로, 인공지능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인텔리전스 시대에 창의력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디슈의 한 문장에 답이 들어 있다. 데이터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보는 능력’이 바로 인텔리전스 시대의 창의력에 대한 하나의 좋은 정의라고 본다.
데이터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보는 힘, 이것이 바로 통찰이고 창의력의 기반이다. 빅데이터는 전수(全數)를 본다는 가치를 주지만 고객 행동의 전체 모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행동의 원인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큰 데이터보다는 넓은 데이터를 보는 것이 통찰에 필요하다. 서로 다른 다양한 데이터세트를 융합해 상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단일한 현상과 데이터에서 파악하지 못한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와이드 데이터’라는 별도의 용어로 강조되기도 한다.
융합을 통해 데이터 간 상관관계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절대적 관점에 기반해 플랫폼 형태로 축적하는 것이 주효하다. ‘절대적 관점’이라는 말은 부연설명이 필요한데 기업의 범위를 넘어서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며 가급적 변하지 않는 기준으로 데이터를 관리하자는 의미다. 기업이 데이터를 ‘상품’ 관점으로 관리하는 경우 상품 자체의 점진적 개선은 가능할 수 있겠으나 완전히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고객이 상품을 선택한 사후적 행동의 결과만 알 수 있을 뿐 그 선택의 의도를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이라는 절대적 관점으로 데이터를 볼 경우 기업 바깥의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해서 분석할 수 있고 해당 상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고객의 시공간적 정보를 통해 고객 자신도 알지 못하는 고객의 니즈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많은 관광 데이터 분석은 관광지 단위의 접근으로써 공간 위주의 분절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 역시 해당 관광지를 선택한 고객의 행동 결과를 알 수 있을 뿐 어떻게 수많은 관광지 중 이곳을 방문하게 됐는지의 의도를 알기는 어렵다. 반면 ‘사람’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분석할 경우 해당 관광 이벤트 외에 여가생활 전체를 융합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이 경우 기존과 전혀 다른 통찰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단위의 분절적 결과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누적해 관리가 가능할 것이고 연간 3,900만명의 국내 여행객 데이터가 지식으로 축적될 경우 여행자원의 효율적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플랫폼에 의한 축적이 지니는 가치가 바로 이것이다. 데이터 기반의 통찰이 발전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플랫폼’ 형태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하는 것은 경험의 축적과 공유에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인 통찰이 가능할 것이고 발견들이 낱낱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경망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이며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고객의 감성과 작은 행동들을 관찰해야 혁신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스몰데이터’ 관점도 데이터 기반 통찰을 위해 여전히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관점이다. 다만 고객의 감성과 작은 행동을 관찰할 때 고객이 온라인상에 남기는 수많은 디지털 족적을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통해 축적, 분석하는 접근을 활용해본다면 고전적인 대면관찰 방법론에서 갖기 어려운 효율성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데이터를 절대적 관점으로 축적하고 ‘빅데이터-와이드데이터-스몰데이터’를 입체적으로 융합해 분석하며 이를 플랫폼 형태로 지속 누적할 때 행동 이면의 의도까지 포함하는 삶 전체에 대한 통찰과 그에 의한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바로 인텔리전스 시대의 창의력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