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 활성화 등 정부의 벤처자본 활성화 정책의 온기가 코스닥벤처펀드에 이어 스타트업의 모세혈관 격인 장외주식시장(K-OTC)까지 전해지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출시 한 달 만에 2조5,000억원을 끌어들이며 자금 블랙홀이 됐고 그동안 유가증권·코스닥 등에 비해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했던 장외주식시장은 지난 3월 출범 3년7개월 만에 거래대금이 1조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벤처자본에 세제혜택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코스닥시장은 물론 장외주식시장까지 활기가 도는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외주식시장은 3월 월평균 거래대금 700억원을 돌파한 후 올 들어서만 2,600억원이 거래됐다. 하루 평균거래대금 역시 지난해 7월 6억원에 달했으나 3월에는 34억5,000만원까지 증가하면서 다섯 배 가까이 급증했다.
장외주식시장 활기는 정부의 벤처펀드 육성 정책의 한 단면이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코스닥벤처펀드 돌풍에 이어 공모주까지 이어져 꿈의 숫자인 공모주 1,000대1이 현실화되고 있다. 23~24일 이틀간 진행된 현대사료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1,690대1에 달해 청약 증거금만 1조7,000억원이 모였다. 제노레이와 의료기기 업체 세종메디칼도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각각 1,029대1과 923대1을 기록하며 공모주 청약률 1,000대1 시대를 열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의 청약 열기는 코스닥벤처펀드 흥행과 연장선이다. 4월 초순 처음 나온 코스닥벤처펀드는 출시 한 달여 만에 시중 자금 2조5,000억원이 몰렸다.
최근 장외주식시장의 온기는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이 창업 초기 단계의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도 전달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장외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한 ‘첫 로드쇼’에 나선다. 코스닥벤처펀드 등 정부의 시장 활성화 정책에 최근 카페24가 장외시장 상장 뒤 코스닥으로 넘어가 단시일 내 두 배 이상 급등하는 등 성공모델을 만들면서 장외주식시장이 상장의 또 다른 루트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최근 장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주들이 오히려 주주총회에서 사측에 장외주식시장 상장을 건의해 ‘선(先)건의·후(後)신청’ 기업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성장력 있는 중소기업에 설명회를 개최함으로써 여건상 코스닥 직상장이 부담스러운 벤처기업에 상장 문호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먼저 이달 중 서울시 산하 서울창업허브 등에서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 이르면 다음달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기술평가를 받는 기업을 대상으로 또 로드쇼를 진행한다. 또 하반기에는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술 및 기업가치 평가 기업인 넷베이션밸류와 협력해 바이오 관련 기업, 액셀러레이터협회와 손잡고 창업기업 대상 로드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장외주식시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 대비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정부의 양도세 면제 효과 등 시장 활성화 정책에 맞물려 실제 ‘카페24’가 성공하면서 저력을 과시한 격이 됐다. 카페24는 테슬라모델로 장외주식시장에 먼저 입성해 탄탄한 내공을 쌓은 후 2월 공모가 5만7,000원으로 입성해 현재 16만원대까지 상승해 ‘선장외주식·후코스닥시장 상장 성공모델임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주주들이 먼저 경영진에게 역으로 장외주식시장 상장을 건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장외주식시장에 상장한 아리바이오·씽크풀·메디포름 등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사측에 장외시장 상장을 역건의한 경우다. 아리바이오의 경우 지난달 26일 장외주식시장에 3,105원으로 데뷔해 7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2만원을 찍은 후 현재 1만8,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코스닥벤처펀드에 이어 공모주·장외주식시장까지 이어지는 등 한동안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초기이기는 하지만 코스닥벤처펀드 참여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성화하는 분위기”라며 “코스닥에 이어 장외시장까지 자금이 몰리고 또 자금 유치 마케팅으로 선순환이 되면서 올해는 코스닥과 장외시장 등의 자금 유입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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