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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PB 되는 길]은행·증권 등서 경력 쌓아야...투자상담자격증 필수

대부분 경력직·내부인사로 채용

삼성證은 신입부터 PB 따로뽑아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물론

세무·부동산 분야까지 꿰뚫어야

경조사까지 참여하며 고객 관리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는 일견 화려하면서도 다이내믹한, 그러면서도 능력에 따라 고액 연봉이 따르는 직업이다. 자산가들의 재산을 관리해주고 얼굴을 맞대면서 한국의 부(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PB 경력이 길어지다 보면 누구나 알 만한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을 고객 명단에 올리기도 한다. 대형 증권사의 유명 PB들은 운용하는 고객 자산이 수천 억원 규모에 이른다. PB들은 때론 주말도 반납하고 고객과 등산, 골프 등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그들의 경조사까지 챙기며 고객을 관리한다.

취업준비생에게 PB는 금융업계 직군 중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갓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PB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경력직으로 채용하거나 내부 영업인력 중에 인정을 받아야 PB 직함을 달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신입 채용 과정을 거친 후 본인의 지원 여부에 따라 PB의 길을 걷게 된다. 물론 금융사를 막론하고 지점에서 영업을 하려면 투자상담사 등의 자격증이 필수다. 대형 증권사에 근무하는 PB들의 수는 각 사별로 수백 명에 이르며, 미래에셋대우처럼 전국의 지점이 162곳(3월 말 기준)에 달하는 곳은 1,600명에 달한다. 다만 영업직원과 PB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도 많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것이 증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입 채용 과정부터 PB 직군을 따로 뽑는 곳은 삼성증권 정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PB 직군에 대해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기보다는 면접에서 자산관리 역량 등을 좀 더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세무 등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필요에 따라 신입, 경력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PB들은 주로 은행, 증권사의 일반 지점이 아닌 PB센터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WM센터, PWM센터 등에 근무한다.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이들에게 자산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PB의 길이 쉽지는 않다. 언제나 시험대에 오르는 직업이다. 자산가들은 오랜 시간 동안 본인의 자산을 관리해오며,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다양한 기업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체험해 스스로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판단력을 갖춘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할 수밖에 없다.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심지어 세무와 부동산까지 공부할 범위도 무한하다.



게다가 금융산업의 트렌드도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이를 따라잡으려면 쉴새 없이 자기계발에 매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내 리서치센터와의 끊임없는 협업이 필수다. 회사 차원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여는 투자전략 세미나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상담 중 밑천이 바닥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 만큼 화술도 중요하다.

물론 자산가들이 PB 한두 명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여러 금융회사와 PB들을 통해 자산을 분산 관리하면서 조언을 얻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PB는 “어차피 자산가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얻은 정보로 본인이 취합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고객의 수익률이 부진할 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최근에는 PB센터도 전문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예 전혀 다른 업계에서 PB를 ‘특채’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영업부의 강태욱 PB부동산팀장은 건축과를 졸업한 후 부동산 신탁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은행·증권사 부동산팀을 거치며 금융+부동산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장년층 이상 국내 자산가들은 대부분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린 사례가 많고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전문 PB인 강 팀장을 찾는 자산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KB증권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국 국적의 PB가 있다. 김철 KB증권 대치지점 PB는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한국어, 중국어 모두 능통해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상하이법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을 거치며 중국 전문가로 입지를 굳혀 왔다. 자산가들은 해외 투자도 국내 이상으로 관심이 많은 만큼 김 PB의 역할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출신의 PB들도 드물게나마 눈에 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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