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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규제개선 과제 몰라서 혁파 못하나

기획재정부가 4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에 규제개선 과제를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규제혁신을 추진해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기재부는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중요도와 우선순위 등에 따라 핵심규제를 선별할 모양이다. 선별된 핵심규제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혁신성장이 성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기업들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켜켜이 쌓여 있는 규제를 걷어내는 게 최우선 과제다. 늦은 감이 있지만 기재부가 규제개선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과제자료만 잔뜩 쌓아놓고 실행이 제대로 안 되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을 한다면서 경제계 등으로부터 개선과제를 수집하고 끝장토론을 벌인 게 10여차례에 이른다.

현 정부 출범 후에도 지난해 11월 대한상의가 경제현안 제언집을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전달하는 등 규제혁파를 건의한 게 이미 수차례다. 그때마다 청와대와 정부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는 규제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특히 혁신기업이 거미줄 같은 규제에 막혀 있다.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우리나라 업체는 단 한 곳에 불과하고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거나 조건부 영업만 가능하다. 신기술을 개발해봤자 기득권의 벽에다 기득권을 감싸고 눈치를 보는 관료에 막히는 탓이다. 결국 규제철폐는 정부 의지의 문제다. 규제개선에 속도를 내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이 혁신성장 사령탑인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총리는 부처 이기주의와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면서 규제혁파에 속도를 내는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여당도 전향적인 자세로 규제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가 됐든, 프리존이 됐든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하루빨리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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