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것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제도로 인해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고 근로자들 역시 임금이 대폭 줄어들었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 줄소송에 직면할 기업들은 차라리 벌금을 무는 편이 훨씬 낫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이러니 누구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냐는 원성이 터져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와중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노동정책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일일이 설명하거나 방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관계부처가 그때그때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기업들이 충분히 감당할 사안이라며 큰소리를 쳤던 청와대가 사후 처리를 일선 부처에 떠넘기는 것이어서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조차 노사 눈치나 살피며 명확한 기준마저 내놓지 않으니 혼란만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372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0곳 중 6곳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협상이 어려워지는 등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기업들은 새로운 제도가 연착륙하자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생산성에 상응하는 임금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보완책이 뒤따르지 않는 52시간제를 강행한다면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로 노사 모두를 옥죄는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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