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주력산업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100대 중 스마트폰은 7대, TV는 3대만 국내에서 생산될 정도다. 제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표 가전인 TV는 97.1%(2017년 기준, 업계 각사 취합), 휴대폰은 93.2%가 해외에서 만들어졌다. 세탁기와 냉장고도 해외생산 비중이 각각 86.9%, 80.3%로 높게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올 1월부터 미국에서 세탁기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LG전자도 하반기에 미국에 가전 공장을 완공하는 등 기업들이 줄줄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긴 데 따른 결과다. 현대·기아차(미국) 등과 만도(인도) 등 자동차부품업체, 유관업종인 현대제철 (인도) 등도 해외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모두 생산비 부담을 덜고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미국 수출 비중이 전체의 80%나 되는 중소 철강업체 넥스틸은 통상분쟁을 피해 미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을 속도조절 없이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비용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선진국들은 노동시장 구조 개혁과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통해 공장을 유치하면서 경제를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통상마찰로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는 판”이라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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