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선거 결과의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국정운영을 잘해서 국민들이 손을 들어준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야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지리멸렬한 탓이 크다. 민생과 경제를 챙겨야 할 국회를 등지고 제대로 된 정책대안도 내놓지 못한 정당에 대한 실망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모든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것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 여당이 압승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북미 정상회담도, 치열했던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도 막을 내렸다. 이제는 정치권이 국민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할 차례다. 한국 경제가 처한 작금의 현실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곤두박질쳤고 아무리 노력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이들도 50만명이나 된다. 고용에만 경고등이 켜진 게 아니다. 취약계층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양극화가 심화하고 내수경기와 기업 투자의 불씨도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경제를 외롭게 끌고 가던 수출도 요즘 심상치 않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세계 경제 회복 둔화로 이달 수출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흥국 위기까지 몰려오고 있으니 한국 경제가 악재로 둘러싸인 형국이다. 경기가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일부 우려 섞인 분석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정치권은 나라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책이 잘못됐다면 바로잡고 한쪽으로 치우쳤으면 균형을 이뤄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깨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진정 말하려고 한 것이 무엇인지 정치권은 잘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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