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며 대규모 인재채용에서 나섰다. 한글과컴퓨터, 안랩, 티맥스, 웹케시 등 1990년대에 설립된 1세대 토종 SW업체들은 오랜 침체기를 마치고 최근 몇 년 새 묵묵하게 성장해왔다. 이에 올해는 각사마다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들이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은 눈앞에 다가 온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이 SW 업계 지형을 바꿀 것으로 판단, 이를 발판삼아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티맥스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부터 2년간 약 400여 명을 채용해왔다. 티맥스는 신설한 ‘차세대 프런티어’ 전형을 통해 오는 8월까지 총 100명의 청년 신입을 새로 뽑는다. 채용 대상 계열사는 티맥스소프트와 티맥스데이터, 티맥스오에스(OS) 등이며, 모집 분야는 관리, 글로벌, 기술, 영업 등 모든 분야다. 모집 대상은 기졸업자와 오는 8월 졸업예정자다.
눈에 띄는 점은 채용 예정 인력의 대부분이 경력직이 아닌 ‘청년 신입’이라는 점이다.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DB)에 주력해온 티맥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운영체제(OS)와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위한 인적 역량 강화 차원에서 대규모 채용을 결정했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경력자가 강세를 보이는 최근 국내 취업 시장에서 별다른 경력이 없는 청년들은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취업하기가 어려웠다”며 “티맥스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재 확보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인 난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티맥스의 인재상은 △긍정적인 도전 정신과 열정을 갖춘 자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의사소통, 협력, 융합능력 등을 갖춘 자다. 전공제한이 없어 인문 계열 출신도 지원이 가능한 점이 눈에 띈다.
오피스 중심의 사업구조를 스마트시티와 사물인터넷,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그룹도 올해 하반기에 그룹 차원의 공채를 신설, 200여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한컴그룹은 그간 계열사별 수시 채용을 진행해왔지만,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실적도 꾸준히 성장함에 따라 그룹 차원의 공채 도입을 결정했다. 지난해 한컴그룹의 전체 매출은 5,000억원을 넘어섰다. 실제로 연간 200명 이상의 채용 규모는 최근 몇 년 새 최대 규모다.
V3 등 보안 SW를 주로 다루는 안랩 역시 올해 150명 규모의 인력 채용에 나선다. 신입사원은 상·하반기에 인턴십을 통해 모집하며 6주간의 인턴십 종료 후 채용으로 연계한다. 경력직은 상하반기에 정기채용과 수시채용으로 모집한다. 학력과 전공, 공인 어학 점수 등에 제한 없이 업무에 필요한 직무 지식만 갖추면 지원할 수 있다.
안랩이 원하는 인재상은 ‘A자형’ 인재상이다. A자형 인재는 안랩의 사명의 이니셜 ‘A’에서 비롯한 것으로, 사람(人)과 가교(-)를 만들어 팀워크를 이뤄 상호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뜻하며, A자를 삼각형 모양으로 해석하면 전문성, 인성, 팀워크가 조화를 이루는 프로 인재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이 밖에 연내 상장이 예정된 웹케시도 50명의 신규 채용을 비롯해 핸디소프트, 투비소프트 등도 15∼30명 규모의 직원을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200명을 새로 채용한 더존비즈온도 수십명 규모의 채용을 계획 중이다. 이들 중 더존비즈온과 웹케시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해옴에 따라 그룹 차원의 내년부터는 한컴과 마찬가지로 공채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공채는 수시 채용에 비해 기업경영 측면에서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고, 사내 문화 차원에서는 사내 기수 문화 조성을 통한 소속감 확대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SW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력이 더 중요해지면서 SW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청년 인재를 많이 채용해 육성해야 한다는 게 업체들의 생각”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며 청년 일자리 해결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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