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우버’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꼽혔던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혁신 서비스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풀리지 않고 이익 침해를 우려한 택시업계의 반발로 결국 날개가 꺾이면서 예고했던 고용 확대는 물론 기존 승차공유 사업의 존속마저 불투명해지게 됐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지난 18일 사내공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19일에는 최소인원을 제외하고 현재 50여명에 달하는 직원 중 70%를 해고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창업주 대표가 경영권을 내려놓고 책임질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인원 감축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업이 좌초됐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풀러스 측은 “김 대표가 개인 사정으로 사임하게 됐다”면서 “현재 진행하는 사업의 규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실적도 좋지 않아 구조조정과 재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풀러스는 그동안 현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를 믿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택시비보다 20% 저렴한 요금에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다양한 마케팅으로 적자를 감내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출퇴근시간선택제’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택시업계 및 서울시의 반대에다 국토교통부마저 규제 개선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돌파구를 열지 못해 애로를 겪어왔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승차공유 규제 이슈에 대한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풀러스를 대표적인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꼽고 규제가 완화되면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풀러스가 창립 2년 만에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규제에 갇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승차공유 규제 개선과 관련된 이야기는 계속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실질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규제 혁신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풀러스 같은 유망 스타트업이 한계에 부딪히는 사례는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사록·지민구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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