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은 몰락의 이유로 정치신인 발굴 소홀을 꼽는다. 기득권을 견제하고 정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사람이 없다 보니 ‘고인 물’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신인 발굴은 물론 이들이 정계에 발을 붙일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당권을 휘두른 새누리당 때부터 보수정당의 신인 발굴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이준석·손수조 비대위원이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눈에 띈 활동은 없었다. ‘진박 감별’ 논란이 나온 20대 총선 공천으로 정치신인에 대한 기대감은 현저히 떨어졌다. 자리 보전에만 신경을 썼던 만큼 정풍운동을 일으키기에는 부적절한 인사가 대부분이다. 한국당 초선의원들이 뒤늦게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소장파’가 유명무실해진 지도 오래다. 소장파하면 아직도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거론된다. 이들이 국회에 발을 들인 것은 16대 국회로 이미 18년 전이다.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들고 당 개혁에 앞장설 초·재선은 자취를 감췄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김무성·정의화·이완구를 만든 김영삼 전 대통령 때의 15대 총선 공천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5대 국회로 정계에 입문한 보수 인사들은 ‘YS 키즈’로 밑바닥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해 올라왔다. 위기를 돌파할 정치력과 안목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지금처럼 관료·법조인 이력으로 하루아침에 국회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정치신인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인들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막상 공천 때가 되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정치신인을 배제해버리거나 청년 공천을 계파 갈등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8·9선을 지향하는 분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신인을 많이 발굴해 저울의 무게를 (신인 쪽으로) 기울게 해야 한다”며 “아카데미나 강의로 인간관계를 맺고 청년 당원이 오면 교육도 해 외부 사람이 많이 들어오도록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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