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피티 예술가 정태용씨가 지난 8일 훼손한 서울 청계천 베를린장벽의 복원이 불가능해 서울시가 독일에서 건너올 당시와 비슷한 모습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와 관련된 비용은 정씨에게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1일 “정씨가 베를린장벽에 칠한 스프레이를 지우는 게 가능한지 최근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다”며 “훼손된 베를린장벽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정씨의 낙서를 완벽히 지우기는 힘들어 기증 당시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특수화학약품의 발달로 요즘은 유성 페인트나 스프레이를 지우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베를린장벽은 콘크리트 구조물이어서 정씨가 낙서에 사용한 유성 스프레이가 콘크리트에 약간 스며들어 완벽히 지우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현 작업은 먼저 정씨의 낙서를 최대한 지운 뒤 원래 낙서를 그려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래 낙서는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당시 독일인들이 그린 것이다. 독일이 ‘통일 한반도’를 염원하는 뜻에서 2005년 서울시에 기증한 베를린장벽에는 ‘통일 독일’을 열망했던 독일인들의 낙서도 담겨 있었으며 서울시는 이를 그대로 전시해왔다.
훼손된 베를린장벽의 재현 작업은 일주일가량 소요되고 비용은 1,000만원 가까이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현 작업 비용을 정씨에게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정씨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특히 장벽 훼손 보도 이후 정씨의 일감도 끊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장벽 인근에서 근무하는 한 시민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베를린장벽을 어이없게 망쳐놓아 매우 안타깝다”며 “이 장벽을 기증한 독일 측에도 면목 없게 된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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