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단골’인 장·노년층 환자 가운데 최근 브라질너트나 아로니아 농축분말 제품을 먹고 간 기능이 나빠지거나 혈중 칼슘 농도가 떨어진 분들이 각각 10명가량씩 생겼습니다. TV홈쇼핑 등에서 몸에 좋다고 하니까, 혹은 자녀 등이 선물해서 드신 건데 심혈관질환·당뇨병 등 질환에 따라 양을 줄이거나 안 먹는 게 좋습니다.”
김성운 대한임상노인의학회·대한신경내분비연구회 회장(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브라질너트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셀레늄 함량이 매우 높은데 지나치게 많은 셀레늄이 몸에 들어오면 독성을 일으켜 뼈가 부서지거나 알레르기 질환이 유발할 수 있으므로 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장·노년층은 하루 1개를 초과해 먹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간 기능과 혈중 칼슘 농도가 떨어지고 인 농도가 올라간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알아봤더니 종전과 달리 브라질너트나 아로니아 농축분말을 먹은 게 원인으로 추정됐다.
간 기능의 경우 여성은 35단위에서 60단위로, 남성은 50단위에서 120단위까지 나빠졌다. 다만 본인이 느끼는 증상은 약간의 피곤함 정도였다. 김 회장은 “확실하진 않지만 브라질너트를 통한 셀레늄 과다섭취했거나, 아마존 지역 등에서 수확한 브라질너트가 배에 실려 한국으로 오는 동안 변질을 막기 위해 방부처리를 한 게 간독성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셀레늄은 면역력을 높여주지만 과하면 간 독성을 일으키고 뼈가 부서지거나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특히 노인은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셀레늄은 세포 형성에 없어서는 안 될 미량의 필수 무기질(미네랄)이다.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노화·산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물질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브라질너트는 미국 농무부(USDA)에 등록된 6,897가지 식품 중 셀레늄 함량이 압도적 1위다. 한 알의 무게가 4g쯤 하는데 76마이크로그램(㎍, 1㎍은 0.001㎎), 즉 0.076㎎의 셀레늄이 들어 있다. 1일 권장섭취량 0.05㎎보다 많다.
셀레늄은 콩팥에 강력하게 작용해서 칼슘·인 등 미네랄 흡수·배설에도 영향을 미친다. 칼슘과 인은 상대방을 저해 또는 억제하는 길항작용을 한다.
김 회장은 칼슘과 인이 소변으로 얼마나 빠져나갔는지도 알아봤다. 칼슘은 소변을 통해서만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그 양은 일반적으로 하루 200㎎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된 환자들의 소변에선 칼슘이 400~500㎎, 인이 1,000㎎(1g)가량 검출됐다. 과도하게 많이 섭취했든, 뼈 등 체내에 있던 칼슘이 빠져나왔든 둘 중 하나다.
셀레늄 함량, 칼슘·인 등에 영향
당분도 높아 당뇨병 환자엔 위험
하루 한알 초과해 먹지 말아야
그런데 장·노년층이 되면 칼슘 흡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인만 많이 흡수되기 쉽다. 인은 나이와 상관없이 먹는 만큼 흡수되고 몸에서 필요로 하는 양을 초과할 경우 잘 배출된다. 김 회장은 “칼슘과 인의 혈중 농도를 곱하면 40㎎/㎗ 수준으로 일정해 인 농도가 올라가면 칼슘 농도가 떨어지고, 칼슘 농도가 떨어지면 인 농도가 올라가는 데 둘 다 중·노년층에겐 골다공증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혈중 칼슘 농도가 떨어지면 저칼슘혈증으로 근육 경련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혈중 칼슘 농도가 올라가면 고칼슘혈증으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하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암에 걸려도 암 조직에서 칼슘을 자극하는 인자를 자극해 고칼슘혈증이 생길 수 있다.
김 회장은 “아로니아 농축 분말제품은 먹은 분들도 혈중 칼슘 농도가 떨어지고 인이 올라갔다”며 “먹는 영양제나 주사제 등을 통해 비타민D의 혈중농도가 과해진 경우에도 브라질너트 과다복용 때와 비슷한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아로니아나 블루베리 등 베리류는 당분 함량이 많아 당뇨병 환자라면 피해야 한다. 밤·옥수수·감자·고구마 등도 마찬가지다. 남미 미국 등에서 비만 인구가 많은 데는 탄수화물·당분 함량이 높은 감자·옥수수를 많이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과도한 혈중 칼슘은 혈관 등 각종 인체 조직도 망가뜨린다. 김 회장은 “뼈가 완성된 30세 무렵 이후에는 과도해진 혈중 칼슘이 뼈로 잘 들어가지 못해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등과 함께 혈관·유방조직 등에 들러붙어 동맥경화증·심혈관질환이나 인체 노화를 촉진한다”고 했다.
젊은 층의 칼슘 과다섭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는 “젊은 층도 혈중 칼슘이 과도하면 혈관 등 인체조직의 노화가 촉진된다”며 “칼슘 보충제·주사제보다는 먹는 음식으로 칼슘을 보충하고 뼈가 약해졌으면 골다공증 약으로 대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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