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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올드보이에 기대는 한국정치… 이래서 혁신 되겠나

한국 정치에 이상한 바람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7선 이해찬 의원의 대표 등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4년 전 총리를 지낸 그를 다시 부르는 것은 ‘친문’과 ‘친노’를 아우르는 좌장인데다 누구보다 당내 사정을 잘 알고 있어 관리형 리더의 적임자라는 평가 때문이다. 6·13지방선거 참패로 치명상을 입은 자유한국당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20년 전 대권에 두 번이나 도전했던 이회창 전 총리를 끌어들이려다 실패하자 이번에는 같은 경력의 이인제 전 의원 등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형국이다. 이쯤 되면 ‘올드보이의 시대’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한국 현대사 교과서에서나 등장할 법한 옛 거목들의 재소환은 한국 정치가 과거로부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한때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했던 3김(金)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계파정치의 잔재는 지금도 남아 정치인들을 줄 세우고 있다. 여당이 당권을 둘러싸고 친문과 비문으로 나뉜 것이나 당이 쪼개질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 제1야당이 정비는 고사하고 심각한 혼란에 빠진 것은 계파정치의 폐해다. 여기에 지역감정을 자극해 기생하는 정치인들의 작태 또한 여전하다. 이러한 구태의 그늘에서 정치혁신의 싹이 자랄 리 없다. 올드보이들을 다시 부를 수밖에 없는 우리 정치의 슬픈 자화상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주의의 벽을 깨고 상생과 공존, 변화와 혁신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의 구현을 외쳤다. 이해찬·이회창 전 총리나 이인제 전 의원같이 과거의 가치와 문화를 지닌 인물이 만든 흘러간 옛노래로는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도, 정치혁신에 나설 수도 없다. 바뀐 시대상황을 담아내고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려면 여야 할 것 없이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 후배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정치 신인들이 계파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을 펼 수 있는 정치풍토는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인물이 없다고 그때 그 사람들을 다시 부르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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