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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음료로 난치병 고치는 시대 온다

체내 미생물 활용 질병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역할 속속 규명

바이오일레븐·천랩·일동제약 등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선점 속도





국내 바이오 업계가 체내 미생물을 활용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신약 개발의 차세대 격전지로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 개발은 주요 선진국들도 걸음마 단계여서 향후 국내 기업들의 성과에 따라 ‘K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는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에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연구소인 휴먼마이크로바이옴센터를 열었다. 국내 최초로 민간 차원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연구와 홍보를 전담하는 이 센터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한 국내 바이오기업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앞서 프로바이오틱스 전문업체 바이오일레븐은 지난해 6월 아시아 최초 대변은행인 골드바이옴을 설립했다. 대변은행은 혈액은행이나 정자은행처럼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보관했다가 환자에게 이식하는 대변이식술에 주로 활용된다. 설립된 지 갓 1년이 지났지만 위막성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대변이식술을 실시한 사례가 벌써 30건에 달한다.

기존 바이오벤처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천랩은 일동제약과 마이크로바이옴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연구소를 공동으로 설립했고 제노포커스는 마이크로바이오 기반 신약 개발을 목표로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비만 및 당뇨 치료제 개발에 나섰고 비피도는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신약을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체내에 존재하는 미생물 유전정보를 일컫는다. 건강한 성인의 몸에는 약 100조개의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알려진 종류만 해도 4,000종이 넘는다. 위·장 등 소화기관이 95%를 차지하고 구강과 피부에도 각종 미생물이 서식한다. 세포의 유전자는 인위적으로 변경할 수 없지만 체내 미생물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게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징이다. 하지만 현대 의학기술로는 아직까지 어떤 미생물이 역할을 하는 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차세대 신약 개발의 핵심자원으로 불린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목받는 것은 주요 난치병이 체내 미생물의 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어서다. 건강한 사람은 체내에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중이 각각 85%와 15% 수준으로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을 겪는 환자는 이러한 균형이 깨져 유해균의 비중이 훨씬 많고 전체 미생물의 숫자도 적다. 몸속 미생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하느냐가 질병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도 일찌감치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하고 각종 연구와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약 개발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항생제 남용으로 생기는 장염의 일종인 위막성대장염에 한해 대변이식술을 허용하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아토피성 피부염, 크론병, 류머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이 체내 미생물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마이크로바이옴이 차세대 신약 개발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옛말에 ‘장이 건강해야 오래 산다’는 말이 있는데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이 속속 규명되면서 조만간 유산균 음료가 난치병 치료제가 되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조속히 갖출 수 있도록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법규와 규제를 조기에 정비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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