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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태양의 속살







1859년 9월1일 미국 로키산맥의 광부들은 날이 환하게 밝아오자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오지 광부들을 아침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은 바로 거대한 태양폭풍이 만들어낸 오로라였다. 당시 북반구 곳곳에서 ‘오로라 보리알리스’라는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졌고 캐나다 퀘벡에서는 변압기가 타버려 9시간 동안 정전 사태가 빚어져야 했다. 태양 표면의 흑점 폭발이 지구촌을 뒤흔든 ‘캐링턴 사건’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기폭풍 사례로 꼽힌다.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붙박이별(항성)이다. 표면온도가 6,000도에 달해 관측조차 어렵다 보니 예로부터 경외의 대상이거나 아니면 인류 멸망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는 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노잉’은 지구의 자기장 이상과 대규모의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열기가 지구 전체를 뒤덮으면서 인류에게 종말이 닥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FHI) 연구진은 ‘인류 종말의 날 4대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태양 흑점 폭발이나 코로나질량방출(CME) 현상에 따른 태양폭풍을 유력한 후보로 꼽았을 정도다.



태양 탐사의 역사는 100년 정도로 달보다 빠른 편이다. 1960년 발사된 파이어니어 5호는 인류의 첫 태양 탐사선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태양에 가장 근접한 위성은 미국과 독일이 1976년에 쏘아 올린 ‘헬리오스2’로 태양 표면에서 약 4,300만㎞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탐사선의 주요 임무는 태양을 둘러싸고 있는 고온의 가스층인 코로나를 파헤치고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태양폭풍이 발생하는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150만도를 웃도는 코로나가 오히려 태양 표면에 비해 뜨거운 원인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태양을 파헤치기 위해 다음달 새로운 탐사선을 쏘아 올린다. 태양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는 태양 표면에서 약 620만km 떨어진 지점까지 다가가 역사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태양의 속살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태양에 손대다’라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110만명의 탐사 참여자 이름도 탑재된다. 탐사선이 고열과 태양 방사선에 손상되지 않도록 11㎝ 두께의 탄소복합소재로 만든 차폐막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미지의 영역인 태양을 둘러싼 숱한 난제가 풀려 우리가 사는 지구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새로운 단서가 찾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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