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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주력업종 정밀진단 ⑥석유화학] 中의존도 높고 개도국은 맹추격...고부가 제품 경쟁력 키워야

■석유화학산업 SWOT 분석

최대 수출시장 중국 성장 둔화 땐 수요 감소 '직격탄'

기술력 부족으로 고기능성 제품은 선진국과 경쟁 뒤져

안정적 생산·수직계열화 바탕 유화산업 재편은 기회로





올해 들어 여러 차례 경고음이 울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경쟁력은 나쁘지 않다. 뛰어난 공장 운영 능력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예컨대 올해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 등이 정기보수에 돌입했지만 지연 없이 일정을 지켰다. 지난 2016년 오일메이저 ‘쉘’조차도 싱가포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수한 지 2개월여 만에 설비 트러블이 발생해 손실을 본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내 공장의 가동률은 늘 생산능력을 웃도는 편이다. 실제로 올 1·4분기 가격 하락 때문에 기업들이 가동률을 다소 조정한 상황에서도 국내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가동률은 101.4%에 달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도 장점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900만톤을 훌쩍 넘어 미국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4위로 전 세계 시장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3년 이후 석유화학 업황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했을 때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며 “생산능력이 받쳐주면 적어도 시장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양날의 칼’ 중국…최대 시장이지만 치명적 위협될 수도=하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수출 비중은 2009년 51.5%로 정점을 찍은 후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4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도 중국 시장의 변화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가 강화하면서 중국 내 석탄분해설비(CTO) 가동이 감소하자 국내 석화 기업들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기도 했지만 반대로 고순도테라프탈산(PTA),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중국 내 자급률이 높아지자 국내 기업의 수출도 뚝 떨어지게 됐다.

이는 단점으로 끝나지 않고 국내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저성장이다. 중국 내 수요가 줄게 되면 국내 기업들에는 직격탄이다. 이미 중국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6% 후반대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오는 2022년께 5%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가 경기 후퇴를 부추긴다면 가장 타격을 입을 산업은 석유화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뒤쫓는 개도국과 산유국…기술력 부족으로 선진국에는 고전=유례없는 호황을 경험하고 있지만 국내 유화산업이 ‘넛크래커’ 신세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세계 4위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국이지만 중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한편 고부가·고기능성 제품은 기술력 부족으로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이다. 이미 1990년대부터 EP의 사용량이 철을 압도하고 있지만 국내 산업 성장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로 세계 EP 시장은 자동차 경량화의 핵심소재로 부각되면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3.9% 성장했지만 국내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1.1%에 불과하다. 애초 고급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지만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노력 자체가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기준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3%를 넘는 국내 대형 화학 기업은 LG화학(051910)이 유일하다. 지난해 16조원, 매출액 대비 7%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사용한 삼성전자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글로벌 유화산업은 재편 중…위기 넘어 기회 삼아야=글로벌 유화업계는 현재 재편되고 있다. 다우와 듀폰의 합병 이외에 지금도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사업 부문의 ‘빅딜’이 이뤄지고 있다. 산유국이라는 이점을 앞세운 중동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산업에 뛰어들고 인도·중국 등도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약진하고 있다. 셰브런이나 엑손모빌, 쉘 등 오일메이저의 석유화학 산업 진출도 활발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과 덩치의 국내 기업에 위협 요소다.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

하지만 재편 과정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SK종합화학은 다우와 듀폰의 합병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을 선제적으로 인수했다. EAA는 포장재용 ‘접착제’로 사용하는 접착 수지로 고부가 포장재(Packaging)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결정한 투자였다. 국제유가의 심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가스 사용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고 원료를 다변화하기도 한다. 지난해 일제히 NCC 증설을 발표한 LG화학·롯데케미칼(011170)·한화토탈은 기존 나프타 투입 설비가 아닌 LPG 가스를 투입해 에틸렌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으며 SK어드밴스드·효성 등도 PDH 등 가스를 활용한 석유화학 제품 생산과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산업이 경기에 따라 기업들의 수익성이 달라져 ‘천수답’ 사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변화하는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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