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는 왕 부주석이 이매뉴얼 시장과 만나 중미관계와 양국 지방 협력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무역협상 의제가 테이블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양국의 갈등 해소 노력을 시사하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외교·경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해온 그가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계획 발표 직후 미국과의 외교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외교가에서는 무역전쟁 협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왕 부주석이 이 시점에 미국 주요 도시의 시장을 만났다는 것은 중국 지도부가 미중 갈등 수습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이매뉴얼 시장의 방중에 맞춰 시카고 투자유치국과 ‘중국 도시와 시카고 투자협력 포럼’을 열어 의료보건·선진제조·혁신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미중 간 첨예한 무역 갈등의 상징이 됐던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제재도 풀리는 분위기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ZTE가 미 상무부와 결제대금(에스크로) 계좌에 4억달러를 납부하기로 합의했으며 입금되는 대로 제재가 풀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양국 무역분쟁에서 실제로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월부터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공식 협상이 세 차례 열렸지만 양측 고위급 논의는 점차 줄고 공식 논의가 재개될 계획도 당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은 다음달 30일 이후 2차 관세가 발효된다는 점에서 양국이 7주 안에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며 시간이 촉박한 와중에도 양국 간 논의는 고위급이 아닌 낮은 단계 실무관료들 사이에서만 겨우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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