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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 안듣는 당뇨환자 '위 수술'로 고친다

위 절제·소장과 연결 '대사수술' 신의료기술로 고시

초기 당뇨 80% 완치효과...약물 없이 정상혈당 유지

11월 건보 적용...국내 잠재적 대상자 45만명 추정

혈당조절 안 되는 환자기준 불명확해 혼란 불가피





내과적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당조절이 안 되고 체질량지수(BMI) 27.5㎏/㎡ 이상으로 비만인 성인 당뇨병 환자가 ‘대사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BMI 27.5 이상은 키 170㎝면 체중 79.5㎏, 160㎝면 70.4㎏ 이상이다.

이런 환자의 위 일부를 잘라 내 크기를 줄이거나(위소매절제술) 식도와 가까운 위의 위쪽 부분을 십이지장 아래 1~2m 지점의 소장과 연결(루와이 위우회술)해 당뇨병을 치료하고 체중도 줄이는 복강경 대사수술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 지난 12일 신의료기술로 고시됐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이미 대사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져왔고 당뇨병 환자의 50%, 초기 환자는 80%가량이 약물투여 없이 정상혈당을 유지하는 완치 효과를 보인 치료법이다.

두 대사수술법은 음식물 섭취량과 영양분 흡수를 제한해 혈당을 유지하는 장 호르몬 등의 변화를 유도, 혈당 관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비만수술에도 쓰인다. 위소매절제술은 위의 왼쪽 부분을 소매 또는 바나나 모양으로 잘라 내 위의 크기를 줄이는 수술법이다. 루와이 위우회술은 식도와 가까운 위 상부를 십이지장 아래 1~2m 지점의 소장과 연결한다. 음식물의 소화와 영양분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 소장의 앞쪽 1~2m를 이루는 십이지장(성인 약 25㎝)과 빈창자(공장·空腸) 앞부분은 원래의 역할을 상당 부분 잃은 채 위산과 소화액을 위 상부와 연결된 소장에 흘려주는 역할만 한다. 음식물에 든 칼슘·철분을 흡수하는 십이지장 등을 경유하지 않기 때문에 칼슘·철분·종합비타민제의 지속적인 섭취가 필요하다.

대사수술은 당장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수술이지만 같은 수술법을 사용하는 ‘비만수술’과 함께 오는 11월께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예상이어서 대사수술을 받는 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잠재적인 대사수술 대상자는 45만명쯤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위 일부를 잘라내거나 위·십이지장 등의 기능을 상당 부분 제한하는 방법이어서 환자들이 얼마나 수술을 선택할지는 닥쳐봐야 알 수 있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가이드라인위원장인 박도중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고도비만인 당뇨병 환자는 BMI가 상대적으로 낮은 당뇨병 환자보다 대사수술의 효과가 좋은 것 같다”며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지 않았을수록 수술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또 “대사수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 10명 중 8~9명은 상태가 호전되고 완치율도 루와이 위우회술은 45%, 위소매절제술은 30%쯤 된다”며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이 늦게나마 효과가 상당히 좋은 대사수술을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한상문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는 “당뇨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잘 안 되거나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생기는데 BMI 27.5~32.5 그룹에서는 인슐린 분비 문제가 주된 요인이어서 루와이 위우회술이, BMI가 높은 쪽에서는 두 가지 문제를 다 가진 경우가 많고 두 대사수술 중 어느 것을 해도 70~80%가 당뇨병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혈당조절이 안 되는 당뇨병 환자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할지가 고시에 명시되지 않아 당분간 의료계와 환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약물치료를 하는 내분비내과 의사들은 최근 1~3개월간의 혈당 수준을 보여주는 당화혈색소가 9% 이상인 환자를, 수술을 하는 위장관외과 의사들은 7~7.5% 이상인 당뇨병 환자를 ‘혈당조절이 안 되는 기준’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박 교수와 한 교수는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 개선을 했는데도 당화혈색소가 7 또는 7.5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대개 혈당조절이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대중 대한당뇨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교수)는 “당화혈색소가 7~8%대면 약물치료와 생활양식 개선을 독려하면 조절 가능한 수준”이라며 “합병증 위험이 높은 9% 이상을 대사수술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우정택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화혈색소가 9% 이상이어도 초기부터 인슐린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을 살리거나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의료기술 평가 실무작업을 담당하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김주연 평가사업협력팀장은 “혈당조절이 안 되는 기준은 관련 학회 등에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당뇨협회 표준관리지침에 따르면 아시아계의 경우 BMI 27.5 이상이고 약물치료 등으로 혈당조절이 안 되면 ‘대사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32.5(키 170㎝면 체중 94㎏, 160㎝면 83.2㎏) 이상이면 ‘대사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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