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9일 최대 전력수요는 역대 여름철 최고치인 8,763만㎾로 정부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공급예비율도 10.6%로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7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니 폭염이 절정을 이룰 8월에는 전력수요가 더욱 급증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겨울과 같은 ‘급전지시’ 사태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당시 정부는 이상한파로 전기사용이 급증하자 기업들에 전기사용 자제를 요청하는 급전지시를 10차례나 발동했다. 탈원전정책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수요를 낮게 예측하고선 애꿎은 산업계에 수요감축 요청을 남발한 것이다.
정부가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을 8,830만㎾로 수정하고 원전가동 등 대비에 들어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거기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정부 예측이 빗나가면 전력생산에 더 많은 돈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원전은 정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갑자기 발전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수요예측이 어긋났을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나 유연탄을 발전원으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던 올 1월 민간 LNG발전소 가동률이 80%에 달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멀쩡한 원전을 놓아두고 비싼 발전원을 쓰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나 다름없다. 이번 원전 추가 가동 결정은 전력수요가 급증할 경우 원전 활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참에 현실성 없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에너지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급한 탈원전 행보를 조절하고 원전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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