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갓(god·신)’으로 불리는 구글이지만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경쟁자로 인해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구글이 갖추지 못한 하드웨어와 오프라인 기반 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쟁자는 물론 과거 ICT 시장을 호령했던 업체들이 새로운 사업 전략을 통해 속속 부활하면서 구글의 독주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구글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아마존이다. 실제 ‘구글에서 검색해서 아마존에서 구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판은 구글이 깔고 실속은 아마존이 챙겨간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아마존의 몸값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시가총액 7,680억달러를 기록하며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시장가치(7,625억원)를 뛰어넘었다. 아마존의 상승세는 이후에도 계속돼 현재는 시가총액 8,800억달러 수준으로 나스닥 시가총액 순위에서 애플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아마존의 강점은 글로벌 유통 및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1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구조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설립 후 1%대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도 이익 대부분을 연구개발(R&D)이나 인프라 확보에 투자하는 공격적인 사업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가정용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서 아마존과 구글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아마존은 2014년에 내놓은 AI스피커 ‘에코’를 통해 미국 안방을 장악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AI스피커=에코’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AI스피커의 시장점유율은 에코가 67%로 구글의 ‘구글 홈(25%)’을 2배 이상 앞서 있다.
또 다른 경쟁자는 애플이다.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 iOS를 바탕으로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 싹쓸이 전략을 견제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단말기 매출을 기반으로 해 수익구조가 안정적인데다 ‘애플 마니아’라는 열혈 고객군을 확보해놓아 시총 1조달러를 넘는 첫 번째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의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159억달러로 70억달러에 그친 구글의 2배가 넘는다. 애플 또한 AI 음성비서 서비스 ‘시리’에 이어 AI스피커 ‘홈팟’을 내놓는 등 구글과 겹치는 사업영역이 갈수록 늘고 있다.
PC 시장의 최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한 개방형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구글의 플랫폼 확대 전략에 적잖은 위협이 되고 있다. MS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외에 문서 제작도구인 ‘오피스’의 꾸준한 이용자 증대를 바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구글이 한때 ‘구글 독스’와 지메일 기반의 문서 제작도구로 MS의 안방을 위협했지만 핵심시장인 기업용 시장에서는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MS는 지난달 75억달러에 오픈소스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를 인수하며 오픈소스 분야의 최강자이자 무료 플랫폼으로 성장한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핵심 서비스로 부상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또한 구글로서는 ‘아픈 손가락’이다. 구글은 ‘구글 웨이브’와 ‘구글 버즈’ ‘구글 플러스’와 같은 SNS를 꾸준히 내놓았지만 검색 시장에서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 20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페이스북은 경쟁업체인 인스타그램마저 2012년에 인수하며 SNS 분야에서 독보적인 아성을 쌓았다. 특히 페이스북은 올 1·4분기에 50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구글에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던 몫을 알음알음 뺏어오고 있다. 구글이 그나마 노리던 기업용 SNS 시장에서는 MS가 2016년 262억달러에 인수한 ‘링크드인’이 장악하고 있어 구글이 점유율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국 정부의 극단적인 보호 정책과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도 구글의 잠재적인 경쟁자다. 중국 검색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바이두를 필두로 중국 온라인 유통시장의 최강자인 알리바바, 위챗 메신저로 10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데 이어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1위 게임업체로 부상한 텐센트는 AI와 자율주행차 등 구글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도 진출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부는 ‘반(反) 구글 정서’ 또한 구글이 넘어야 할 산이다. EU는 지난해 구글의 검색 독점에 따른 시장지배력 남용 문제로 구글에 24억유로(3조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18일에는 안드로이드 OS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문제 삼아 43억4,000만유로(5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의 조세 회피 문제와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각국 정부와 언론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구글의 경쟁자들도 약점은 존재한다. 아마존은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뛰어난 경영전략이 돋보이는 회사로 기술력 중심의 구글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에 꾸준히 시달리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분야에서 아직 뚜렷한 성공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SNS 이용자 포화 상태에 따른 성장 정체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대로 중국의 BAT는 자국 정부의 유무형 지원이 없는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미진하다는 점에서 각각 한계가 뚜렷하다. 독과점 문제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등 앞선 IT 공룡들이 이미 겪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1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일종의 ‘비용(Cost)’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송천 KAIST 경영대 교수는 “글로벌 ICT 업체 중 기술중심의 회사로는 IBM·MS·구글·오라클 등 네 곳을 꼽을 수 있는데 수십년 동안 기술력을 쌓아온 여타 업체와 달리 구글은 10년여 만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무서운 저력을 지녔다”며 “현재 ICT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OS와 데이터베이스에서 구글의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당분간 패권을 계속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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