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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세이] 4차산업혁명 이끌 의료기기 강국 되려면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정부가 지난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과정의 그레이존(예측 불가능성)을 해소하고 인허가 과정의 실질적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안전한 의료기기의 경우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업계의 숙원이었던 의료기기의 ‘선시장 진입 이후 평가’로 신의료기술 평가 방식의 방향을 전환한 것에 대해 기대가 높다.

의료기기 산업은 전형적인 선진국형 산업으로서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령층 인구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기기 산업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3D프린팅·로봇 등 혁신·첨단의료기술 시장에 우선 진입할 경우 임상적 근거를 조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정비 및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의료기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함께 우선적으로 법령과 제도 정비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의료기기 법령을 제정하고 해외 의료기기 규제를 연구하면서 국내 실정에 맞는 규제 역량을 키워왔다. 이제는 우리의 검증된 우수한 규제가 아시아규제조화기구(AHWP)를 통해 소개되고 동남아시아 몇몇 국가에서 채택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의료기기 규제를 선도하는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에 한국이 열 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쾌거도 있었다.

하지만 남들이 조금 인정했다고 해서 의료기기 강국이 된 것은 아닌 만큼 국내 기업이 IMDRF 체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국제 규제 동향의 신속한 국내 전파다. 영세기업이 많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볼 때 일단 수출 성공에만 집중하다 국제 규제 장벽에 막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수출이 많은 중견기업의 경우 해외 규제 변화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해도 늦게 파악해 낭패를 보는 일이 있다. 정부는 새로운 비관세 장벽으로 인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해외진출을 이룰 수 있도록 정보 전달을 위한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 기업과 공유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 기업도 자체적인 국내외 규제 대응능력을 높여야 한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에서 한국은 9위이며 수출 규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6%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기기 4등급인 고위험제품의 수출 비중도 증가하는 등 국내 기업의 기술과 제품 경쟁력이 좋아졌다. 따라서 IMDRF 가입은 세계 규제조화 흐름에 식품의약품안전처라는 규제 당국만 합류한 것이 아니다. 산업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국제조화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 규제 당국과 글로벌 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제품의 수출 확대로 국내 의료기기 허가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으나 여전히 유럽 CE, 미국 FDA 인증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IMDRF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의료기기 제도 생성의 주축인 만큼 전략적으로 우리 제도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 각국의 규제 당국자를 초대하고 우리 규제와 제품을 적극 알려야 한다. 그간 식약처가 주최한 국제 의료기기 소통포럼은 좋은 사례이며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조직의 신설과 인력 보강이다. 현재 발의된 의료기기산업육성법·체외진단의료기기법 등 산업계 진흥과 합리적인 규제를 위한 법령이 하루빨리 법제화돼야 한다. 그리고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인허가 등 당면 규제를 전면 개편하고 책임 있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조직도 필요하다. 또한 식약처의 IMDRF 가입 이후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정부는 충분한 예산 지원과 인원 충원으로 해외 규제 동향과 국제규제조화에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식약처가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가 국제규제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활용한다면 의료기기 산업의 폭발적 성장과 고용 창출이라는 결실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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