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유명 제약업체가 불합격 처분을 받은 영유아용 백신을 판매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가짜 백신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태가 일파만파 악화하자 급기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주문하며 민심 다독이기에 나섰다.
23일 중국 신화통신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은 최근 지린성 창춘시 소재 ‘창춘창성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해 불시 검사를 벌인 결과 이 업체가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25만2,600개의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을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중국 당국은 부적합 DPT 판매와 관련해 이 업체에 부당소득 몰수와 344만위안(약 5억7,306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창춘창성은 중국 내 광견병백신 시장 2위 업체로 지난 15일에는 인체용 광견병 백신 ‘베로셀(Vero-cell)’ 생산기록을 조작하는 등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실이 발각돼 중국 당국으로부터 광견병백신 제조 관련 GMP 인증 취소처분을 받은 바 있다.
가짜 백신 파동으로 중국 사회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DPT가 영유아의 필수 예방접종 중 하나인데다 산둥성 일대에 이미 수십만개의 백신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에서 가짜 백신 파동이 일어난 것이 처음이 아니라 연례행사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거대 제약업체인 우한생품제품연구소는 기준 미달인 DPT 백신 40만520여개를 판매해 처벌을 받았다. 2016년에는 산둥성 북부에서 9,000만달러 규모의 불법 백신 판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 백신 사태에 대한 분노로 온라인이 들끓자 리 총리는 22일 “이번 백신 사건은 인간의 도덕 마지노선을 넘어선 것으로 모든 인민에게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국무원이 즉각 백신 생산과 판매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관련자를 엄격히 처벌하도록 지시해다. CNBC는 “이번 사태가 세계 2위 규모의 의약품 산업을 정화하고 자체 백신 개발을 추진하려던 중국 당국의 계획에 큰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3일 중국 증시에서 CSI300헬스케어지수는 장중 5% 가까이 급락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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