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서 간단한 개인정보만 제공해도 특정 암호화폐(코인)로 보상받는 서비스가 이르면 내년 국내 시장에 등장한다.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앞으로 소비자가 온라인 공간 밖에서도 개인정보 제공과 폐기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승 캐리프로토콜 대표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굿 인터넷 클럽’ 행사에서 이 같은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최 대표는 “전 세계 오프라인 소비 시장이 25조달러(약 2경8,40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전혀 소비 정보가 모이지 않고 있다”면서 “고객들에게 코인을 지급하는 형태로 유인책을 마련해서 익명화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토큰 이코노미(암호화폐 경제)’를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30대 남성 직장인이 선릉역 빵집에서 오전 9시에 샌드위치를 구매했다면 해당 소비자가 매장에서 자신의 소비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동의할 경우 가게 주인은 소량의 코인을 지급하는 개념이다. 소비자는 이 코인을 보유하다가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 팔 수 있고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당장 현금화를 하거나 다른 매장에서 물건으로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캐리트레이드는 자체 ‘캐리 토큰(CRE)’이라는 이름의 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 2011년 ‘스포카’라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을 설립해 가맹점이 아닌 영세 자영업자도 쉽게 고객에게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도도 포인트’ 서비스를 출시했다. 도도포인트는 1만개 이상의 매장에서 1,500만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지만 최 대표 등은 블록체인을 통한 토큰 이코노미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지난해 말부터 신규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최 대표는 “지금의 자본시장 구조에서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1등 사업자로 성장해도 결국 돈을 버는 건 경영진과 투자자밖에 없다”면서 “서비스 질을 높인 노동자와 소비에 참여한 고객도 같이 보상받는 토큰 이코노미 구조를 고민하다가 캐리트레이드를 설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암호화폐발행(ICO) 주관사인 비크립토의 김문수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과 토큰 이코노미의 등장으로 기업 성공의 핵심 요인이 ‘기술’에서 ‘생태계 설계 능력’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기술 혁신으로 산업 발전을 이끌었는데 (토큰 이코노미 시대에는) 꼭 이걸로 모든 게 다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좋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기반 서비스)을 개발하지 않으면 ICO로 자금조달에 성공해도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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