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의 활동반경이 나날이 넓어지고 있다. 정글에서 사막을 거쳐 미지의 세계 화성으로까지 진출했다. 웃음 포인트도, 맛있는 음식도 없지만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과 신비로움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국내의 숨겨진 관광지를 다루던 ‘1박2일’, 해외의 화려한 여행지를 조명하던 ‘꽃보다’ 시리즈에서 한발 더 나아간 행보다.
지난 15일 처음으로 전파를 탔던 tvN의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김병만, 하지원, 세정, 닉쿤과 문경수 탐험가가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화성탐사연구기지(Mars Desert Research Station·MDRS)에서 화성 탐사 훈련을 겪는 장면을 담았다. 정글의 법칙에서 맹활약한 ‘달인’ 김병만이 탐험대를 이끌었다. 이들은 7일 동안 이곳에 머무르며 여러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연출을 맡은 이영준 PD는 “과학을 예능에 담고 싶어 고민했다”며 “일반인이 화성에서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모든 활동 내용은 이후 진행될 화성 탐사의 연구자료로 활용된다.
KBS ‘거기가 어딘데’는 사막으로 떠났다. 대한민국의 6배 면적인 아라비아 사막에서 지도, 나침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기기를 이용해 아라비아해까지 걸어가야 한다. 탐험대가 걸은 발걸음이 곧 코스다. 낮 평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사막 속에서 무동력으로 이동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제작진은 묵묵히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탐험 예능은 해외에서는 이미 인기리에 방영되는 장르다. ‘생존왕’ 베어 그릴스의 ‘인간과 자연의 대결(Man vs Wild)’은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런 탐험 예능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간접경험과 규모의 경제’를 꼽았다. 제작비 등의 문제로 타 매체에서 쉽게 시도하기 힘든 ‘오지 탐험’을 통해 1인 미디어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잡겠다는 의도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탐험 예능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제작비와 더불어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1인 미디어에서 쉽게 도전하기 힘든 분야”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결국 기존 TV 채널은 1인 미디어에서 할 수 없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탐험 예능과 같은 대작 예능도 좋지만 공영방송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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