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모바일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신용카드 없이 휴대폰으로 결제가 가능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저스터치(JUSTOUCH)’ 시스템이 서비스가 시작과 함께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중국 등에서도 NFC 시스템보다 바코드나 QR코드 인식 간편결제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표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놓고 카드사 간 이해를 쉽게 좁히지 못해서다.
31일 신한·롯데·하나·현대·BC·KB국민·NH농협 카드 등 7개 카드사는 유통업체인 CU와 GS25·이마트24·홈플러스·GS슈퍼마켓·랄라블라 등 전국 3만3,000개 가맹점에서 모바일 NFC 결제 시범서비스를 8월1일부터 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산규모 2위인 삼성카드가 불참한데다 시범서비스를 하는 카드사들도 가맹점 수수료 감소에 따른 실적악화로 추가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부담하기 꺼리면서 시범서비스가 말 그대로 시범서비스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NFC 방식의 ‘저스터치’는 국내 카드사들이 모바일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4년 전부터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논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QR코드 방식의 결제시스템을 개발한 중국에 역전, 카드사들이 전면적인 시스템 확대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NFC 결제 방식은 3~4년 전 논의 초기에만 해도 혁신적인 결제기술이었지만 논의과정이 길어지면서 지금은 QR코드 방식에 많이 밀려 있다”며 “더구나 명동 등에서는 이미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QR코드 방식의 결제시스템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굳이 (QR코드 방식보다 아주 많이 매력적이지 않은) NFC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관계자 역시 “QR코드 보급도 확대되고 있고 비용 문제를 감안했을 때 실효성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강화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준 카드사들이 NFC 기반 인프라를 까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점도 서비스 좌초를 부추기고 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권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아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시범서비스에는 참여했지만 앞으로 민감한 비용분담 비율 등을 놓고서는 견해차가 커 급속히 대중화되는 데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NFC 기능이 탑재돼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편 NFC는 10㎝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기기들 간에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통신기술이다. 이 때문에 저스터치는 스마트폰을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사용 전 카드사별 앱카드 애플리케이션에서 결제카드 등록 및 ‘NFC 활성화’ 설정을 해놓으면 된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해외 브랜드 카드사의 EMV 표준규격 사용에 따른 로열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다른 결제 방식 대비 편리하고 보안이 우수하다는 게 특징이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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