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가 삼성전자를 방문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와 산업생산이 늘어나기는커녕 계속 뒷걸음질치면서 성장률 전망치는 3%에서 2.9%로 낮아졌다. 고용상황은 더 좋지 않아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7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잿빛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경제는 곤두박질치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당연히 기업이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도록 요청하고 설득해야 마땅하다. 김 부총리가 최근 LG와 SK·현대차·신세계 같은 대기업을 찾아가 간담회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인도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는데 경제사령관이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물론 경제를 살리겠다고 정부가 대기업의 팔을 억지로 비트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규제 철폐와 세계 혜택 같은 유인책으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의 소통이 지금보다 자주, 훨씬 심도 있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이런 논란에 에너지를 낭비할 여유는 없다”는 김 부총리의 지적은 그래서 옳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 확대 요청에 청와대가 시비를 걸 만큼 우리 경제는 한가하지 않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