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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인가 도박인가 김동연의 반기 왜]靑과 갈등·경기 침체·민심 이탈...14년전 이헌재와 닮은 김동연

이 前 부총리 386실세들과 갈등 끝 1년1개월만에 옷벗어

장하성 실장과 골 깊어진 金 부총리 행보 두고 해석 분분

"경제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사령탑 갈등 빨리 해소해야"

김동연(왼쪽 세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석(왼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4년 2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헌재 전 장관이 임명됐다. 당시 신용불량자는 약 400만명. 신용카드 사태와 가계대출 문제로 경제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정치도 혼란했다. 그해 3월12일에는 야당 주도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지지층도 흔들렸다. 2003년 3월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지지층은 폭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역시 지지세력의 등을 돌리게 했다. 이 부총리는 위기를 겪으며 청와대 ‘386’들과 끊임없이 대립했다. 경기를 걱정한 이 부총리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종합부동산세 등 청와대와 당 주도로 이뤄진 개혁조치에 반대했다. “경제를 못 배웠다”며 386을 대놓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 정책실, 여권 실세들과 끊임없이 각을 세웠다. 충돌 없이 정책을 실행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2004년 당시 이 부총리가 겪었던 상황은 2018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처지와 묘하게 겹친다. 우선 경제위기다. 지난해 3.1%였던 경제성장률이 올해 2.9%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고 설비투자와 일자리는 줄줄이 마이너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 지지율도 내림세다.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8월 둘째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58%로 60% 밑으로 떨어졌다. 취임 이후 최저치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규제 완화와 대기업 정책 변화 조짐에 일부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있다.

부총리와 청와대 실세 간의 갈등도 닮았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9일 “(청와대와 정부의) 갈등설이 꽤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정부 안팎에서는 김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이라고 추측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김 부총리의 속내는 어떨까. 관가에서는 이미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혁신성장을 내세우는 김 부총리와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장 실장은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0일 “참여정부 때 이 전 부총리와 청와대 간 갈등과 비슷하다”며 “어느 한쪽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양측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386과의 갈등 끝에 1년1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김 부총리는 취임한 지 1년2개월이 됐지만 이제 혁신성장의 씨를 뿌리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 외에 원격의료와 공유경제 등 규제 완화의 성과물을 하나씩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꺼져가는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상당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김 부총리가 내놓은 ‘생활형 SOC’는 건설을 살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고육책이다. 최저임금 연착륙도 과제다.

이대로 소득주도성장론에 밀리면 경제지표 악화와 그에 따른 책임을 오롯이 부총리가 떠안아야 한다는 게 정부 안팎의 해석이다. 5월 최저임금과 관련해 잇단 소신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 3일에는 청와대를 겨냥한 듯 자신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삼성에 투자·고용 구걸 말라’라는 보도에 유감을 표시한 것도 이 같은 상황 인식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전 의원이 언급한 ‘자료 안 내고 저항’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같은 부분도 부총리의 위기감이 거꾸로 투영돼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망은 엇갈린다. 최저임금 통계 논란을 거치면서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틀을 만든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물러났다. 문 대통령은 7일 금융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영국의 ‘붉은깃발법’을 예로 들었는데 이는 김 부총리가 5월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대통령 보고에서 거론했던 사례다. 여당 내에서는 업무분장상 김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정반대의 분석도 존재한다. 청와대 핵심인사들은 관료에 대한 불신이 크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책 ‘경국제민의 길’에서 “참여정부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후회하는 일 중 하나는 부동산 부문으로 몰려드는 돈을 좀 더 일찍 제어했더라면 하는 것”이라면서 “금융감독 당국은 안이한 시각을 가졌고 재경부는 경기·수출 걱정으로 유동성을 조이는 데 소극적이었다”며 관료 책임론을 제기했다. 친문과 청와대 인사들 사이에서는 부총리가 정권의 코드와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상외로 김 부총리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입지를 다지고 있어 이를 좋지 않게 보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경제사령탑 간 갈등이 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뜻을 잘 헤아려 꿈보다 해몽을 잘해야 하는 게 청와대와 내각의 역할”이라며 “국민을 보고 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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