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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여행의 기술] <1> ‘살인적 물가’ 코펜하겐에서 입장료를 줄이려면

코펜하겐 카드 구매하면 관광지와 교통 모두 이용 가능

유료 입장이 싫다면 궁전 피하고 바닷길 산책로 추천

로열코펜하겐 등 아이쇼핑...레고는 국내보다 10% 저렴

티볼리 가든, 루이지애나 미술관은 반드시 가야할 곳

매주 토요일마다 각종 여행지의 여행팁과 경비를 절감하는 노하우를 담는 글을 연재합니다. 필자는 전세계 47개국을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각 도시 혹은 여행지에서의 필수추천 코스(물론 돈을 절감하는 방법으로)와 비추천 코스를 구분해 여행지에서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여행 경비는 사실 7할 이상이 항공과 숙박에 의해 좌우되지만 항공료와 숙박비는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별도로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여행지를 가더라도 저비용항공사를 미리 예약해 갈 경우 비용이 50% 이상 줄기도 하는데 이건 노하우라기보다는 검색의 역량과 얼리버드 휴가계획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가능하기에 스킵하겠다는 겁니다. 숙박 역시 호스텔 도미토리도 감수하겠다는 사람과 최소 3성급 호텔은 돼야 한다는 등 선호도가 개인마다 워낙 다르기에 별도로 제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여행지에서 돈을 지출해야 하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살거리(쇼핑)와 관련 짠물 기술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물론 개인의 취향과 의견이 반영된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인만큼 참고사항으로만 보길 권하며 반대(태클)의견도 대환영입니다.

코펜하겐의 뉘하운 운하




덴마크 코펜하겐은 유럽에서도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중 하나입니다. 일례로 500ml 생수 한병을 편의점에서 구입할 경우 우리돈으로 4,000원 이상을 내야 할 정도입니다. 여행자의 가벼운 호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만드는 이 도시에서 배낭여행객들은 코펜하겐카드라는 만능치트키로 생존해왔습니다. 코펜하겐카드는 24시간권, 48시간권, 72시간권 등 정해진 시간동안 70여개의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하고 도시 외곽의 교통까지 이용할 수 있는 여행상품입니다. 다만 카드의 가격도 무시무시합니다. 24시간권이 대략 7만원, 48시간권이 10만원, 72시간권이 11만8,000원 가량합니다. 코펜하겐에 자리한 각종 궁전들과 박물관, 미술관, 동물원, 놀이공원 등을 빠짐 없이 가고자 할 경우 이 카드는 가성비가 끝내줍니다. 코펜하겐의 경우, 웬만한 관광명소들의 입장료가 1만5,000원~2만원 가량하니까요. 이 카드는 심지어 도심에서 공항까지 가는 열차도 무료로 탈 수 있어 카드를 시작하는 시점만 잘 맞추면 식비 외에는 다른 비용을 지출할 필요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배낭족들은 48시간 혹은 72시간권을 구매한 뒤 알차게 보고 가는 방법을 택합니다. 코펜하겐 카드를 선택하는 여행자에게는 특별히 전할 짠물의 기술이 없습니다. 짠물족에게는 이 카드 하나만으로도 이미 과소비를 한 것이니까요.

코펜하겐 카드를 사지 않는다면 어디를 가야 돈을 가장 적게 쓰면서 핵심적인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제부터 지극히 주관적인 추천이 들어갑니다. 코펜하겐 도심에는 무려 3개의 궁전이 있습니다. 과거 왕이 거주했거나 현재 거주하는 궁전들이고 명칭은 크리스티안보르, 아말리엔보르, 로젠보르입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이 3개의 궁전 모두 입장료를 90~95크로네(1만5,000~1만6,000원) 가량 받는데 모두 비추입니다. 특히 크리스티안보르궁전은 화려한 외관과 달리 볼거리가 심각하게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오죽했으면 가장 큰 볼거리가 왕을 알현하는 방이겠습니까. 주방, 마굿간 등 궁전에 딸려 있는 건물들도 공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돈을 별도로 받습니다(물론 통합티켓으로 사면 조금 더 저렴합니다) 들어가보면 “이걸 돈을 받는 게 말이 돼”라고 할 정도로 황당합니다. 마굿간은 왕이 쓰던 마차 십여 대가 전시돼 있고 주방은 골동품같은 주방기기들이 걸려 있는 수준입니다. 이들 궁전 가운데는 로젠보르궁이 그나마 나은 수준인데 여긴 왕가가 보유한 미술품, 금속공예품 등 보물을 보관하고 전시하고 있습니다. 미술품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추천하겠습니다.

크리스티안스하운으로 가는 길에 코펜하겐 시민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럼 어디를 가야 할까. 우선 돈을 쓰지 않겠다면 뉘하운 운하부터 바닷길을 따라서 걷는 산책 코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뉘하운 운하는 옛 모습을 잘 보존한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다리 하나가 보이는데 크리스티안스하운으로 연결됩니다. 여름에 이 다리를 걷다보면 코펜하겐 시민들이 수영복을 입은 채 여기저기 모여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리 수영복과 타월을 챙겨왔다면 코펜하겐 시민들에 섞여 따스한 햇살 속에서 수영을 하는 건 어떨까요. 크리스티안스하운도 여기저기 둘러보기에 좋습니다. 이 곳은 과거 사회운동가,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동네인만큼 그래피티를 여기저기서 찾아 볼 수 있고 독특한 외양의 건물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안스하운을 나온다면 다시 다리를 건넌 뒤 바다 옆 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보길 권합니다. 아말리엔보르 성 앞의 공원 벤치에 앉아 사색을 즐기거나 해안산책로 인근 벤치에서 운하투어용 보트를 구경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별 모양의 옛요새 카스텔렛과 코펜하겐의 상징인 인어공주상이 나옵니다. 인어공주상 앞에는 늘 관광객이 북적대는데 실물을 본 뒤 실망하는 관광객들이 많은 편입니다. 웅장하거나 화려한 맛이 없어서일까요. 카스텔렛 요새는 군인들의 숙소로 사용되지만 주변은 공원으로 꾸며져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습니다.

점심을 먹겠다면 쇼핑 중심가인 스트뢰에로 걸어가면 많은 카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카스텔렛 요새에서 스트뢰에까지는 걸어서 20분이면 도달합니다. 스트뢰에에는 많은 카페들이 있는데 가격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카페에 들어가면 데니쉬 페이스트리를 한번 즐겨보는 것이 좋습니다. 데니쉬 페이스트리는 겹겹이 쌓은 빵 반죽에 과일, 잼 등을 채운 덴마크의 대표 음식인데 가격은 대략 3,000~4,000원 가량 합니다. 커피와 데니쉬 페이스트리를 테이크아웃으로 가져온 뒤 바닷가 산책로의 벤치에서 가볍게 즐기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코펜하겐의 상징인 인어공주상




스트뢰에에는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은 물론 로열코펜하겐, 기요 옌슨 등 덴마크의 유명 도자기가게들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상당히 비쌉지만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 보다는 저렴합니다. 5만원 이상 구입시 세금환급도 가능하고요. 주머니 가벼운 짠물족은 아이쇼핑을 하고 지나오는 걸로. 덴마크의 상징 레고는 한국보다 가격이 조금 더 쌉니다. 제가 비교해 본 제품 몇 가지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 5~10% 가량 더 싼 걸로 보입니다. 레고 해리포터시리즈 미니피규어의 경우 이곳에선 30크로네(5,100원)에 판매 중인데 국내에선 인터넷 최저가 기준 6,000원 정도입니다. 덴마크 레고매장은 특히 일부 상품의 경우, 50% 오프 행사도 진행 중인데 이 경우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덴마크 빌런시에 자리한 레고랜드내 매장보다 이곳 코펜하겐 레고매장에서 더 저렴한 품목이 많은 것도 눈에 띕니다.

1843년 개장한 티볼리 가든




유료입장지 가운데는 두 곳을 추천합니다. 한 곳은 각종 여행가이드북에서 가장 추천하는 곳인 티볼리 가든인데 저도 개인적으로 티볼리 가든은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합니다. 1843년 개장한 이 놀이공원은 입장료가 120크로네(2만원), 자유이용권이 230크로네(4만원) 가량 됩니다. 놀이기구를 개별적으로 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등급별로 가격이 다릅니다. 가장 초보적인(시시한) 놀이기구의 경우에는 30크로네(5,100원) 정도이고 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놀이기구는 60크로네(1만원), 가장 신나는 놀이기구는 90크로네(1만5,000원)입니다. 결국 3단계 놀이기구 3개 이상을 탄다고 하면 자유이용권이 더 저렴해지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3개 이상 탈 거리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곳의 가장 유명한 놀이기구는 스타 플라이어로 공중에 매달린 줄에 의지해 지상 80미터 위까지 올라가며 스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100년 이상된 목조 롤러코스터와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과 유사한 ‘골든타워’ 등도 인기 있는 놀이기구입니다. 여름철 티볼리 가든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음악 공연이 열리는데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 내부 전시회장의 창가에 비친 풍경이 클로드 모네가 즐겨그리는 정원을 연상시킨다.


또 다른 한 곳은 코펜하겐 근교인 훔레벡에 자리한 루이지애나 미술관입니다.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40분 가량 걸리는 이 곳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물 101곳’에서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미술관에는 현대미술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자연친화적으로 건설된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미술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미술관이 지향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루이지애나 미술관에서는 미술 작품 감상뿐 아니라 시간 여유를 갖고 주변 풍경도 충분히 즐기다 오길 추천합니다. 한국 관광객들은 오전에 이곳에 온 뒤 점심 뷔페를 하며 풍경을 즐기다 오후 늦게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장료는 125크로네(2만1,000원)이며 교통비까지 포함하면 4만원 이상을 써야 합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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